공장터에 아파트 짓기 쉽지 않네

2011. 6. 6. 09:00건축 정보 자료실

공장터에 아파트 짓기 쉽지 않네
준공업지역 발전계획, 땅값ㆍ분양가 비싸 지지부진
기사입력 2011.06.05 17:23:39 | 최종수정 2011.06.05 20:46:05

서울시가 발표한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공동주택과 지식산업센터가 동시에 들어설 영등포구 문래동 공장 일대. <매경 DB>

서울 준공업지역에 있던 공장을 헐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 첫 사례로 관심을 모았던 강서 한강자이가 최종 0.67대1의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한강자이는 3일 3순위 청약마감 결과 평균 청약경쟁률이 0.67대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공장 터에 공동주택을 짓는 첫 번째 사업이었다.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이란 서울시내 공장이 들어선 준공업지역 용도규제를 풀고 공동주택과 지식산업센터 등을 동시에 설치해 자족 기능을 갖춘 지역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개발계획으로 2009년 10월 발표됐다.

서울시는 발전계획 발표와 동시에 조례를 개정해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공장용지 내 공동주택 건립을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

강서 한강자이처럼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개발이 진행되면 의무적으로 지식산업센터를 지어야 한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준공업지역 내 공장용지가 전체의 10~30%면 지식산업센터를 전체 용지의 20% 이상 △30~50%는 30% 이상 △50% 이상은 40% 이상 각각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가 사업 대상으로 정한 용지는 도심 접근성이 좋아 공장용지보다는 주거지로서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곳들이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를 동시에 자리 잡도록 해 자족 기능도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서 한강자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작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강서 한강자이 분양가는 3.3㎡당 1600만~2100만원 선이다. 거리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주변 가양동 아파트 시세가 3.3㎡당 평균 130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분양가가 높은 원인은 토지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준공업지역의 본래 장점은 저렴한 비용으로 넓은 용지를 매입해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개발 대상으로 지정된 뒤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히려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서 한강자이는 2005년 시행사 백금상사가 대상공장이 있던 용지 5만9968㎡를 매입해 건설한 것으로 당시 매입금액은 1800억원 선이었다. 3.3㎡당 1000만원꼴이다. 하지만 종합발전계획 지정 이후 개발 바람이 불면서 토지가격이 급등해 현재 사업장 용지와 주변 토지 시세는 3.3㎡당 2500만~4000만원을 호가한다. 이처럼 오른 토지가를 반영하다 보니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종합발전계획 사업대상지구가 무더기로 발표된 것도 개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당시 영등포 구로 금천 성동 강서 도봉 양천구 등 7개 자치구 총 27.71㎢를 사업대상지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 중 사업이 진척을 보이는 곳은 강서구 용지 일부와 영등포 용지 정도로 다른 사업장은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개발계획 발표로 대상지 일대 가격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발표 당시부터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업지를 지정했더라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복수의 토지 소유자들이 존재해 도시환경정비사업 형태로 추진하는 사업장은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토지 소유자들과의 합의 등 절차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등포 구로 금천 성동구 등지에 이러한 지역이 위치하고 있다. 각 자치구는 개발 방향에 대한 외부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공장 용지가 넓은 경우 지식산업센터 의무설치 규모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공장주들과 공장 세입자들 역시 반대할 가능성이 커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진 기자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