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대신 땅 받으세요’

2011. 6. 9. 19:45건축 정보 자료실

‘공사비 대신 땅 받으세요’
[건설경제] 2011년 06월 09일(목) 오전 05:59   가| 이메일| 프린트
공사비 대신 토지를 주는 입찰방식이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에서도 등장했다.

건설업계는 대물로 받을 토지의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나 입찰참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최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건립공사를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공고했다.

이 공사는 부산시 동구 초량동 45-39번지 일원 복합항만지구에 국제여객터미널 등 연면적 8만9649㎡ 규모의 건축물을 건립하는 것이다. 공사비(추정금액)는 2363억3400만원이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공사 입찰 조건으로 공사비 일부를 토지로 변제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사비 대신 주어지는 토지는 부산북항 재개발사업 지역의 상업·업무지구(D-1)다. 면적은 1만6288㎡ , 토지대금은 628억7168만원이다.

결국 이 공사를 맡은 건설사는 전체 공사비의 26.6%에 달하는 628억7168만원에 대해서는 현금이 아닌 토지로 받아 자체 개발해야 한다.

공사비 대신 토지를 대물로 주는 이 같은 방식은 토지공사나 지자체 개발공사 등이 적용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부분 건설사들이 외면해 입찰이 성사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전 사례는 최저가낙찰제나 적격심사 방식 등에 주로 적용됐으나 턴키에 적용한 것은 처음 본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건설업계는 부산항만공사가 예산절감과 토지 매각을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입찰에 대한 건설업계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공사비가 2000억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턴키지만 대부분의 건설사가 입찰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메이저 건설사 2곳 정도가 검토하고 있고 다른 건설사들은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며 “이 땅에 건물을 지어서 600억원을 남겨야 한다는 말인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조건이지만 공사물량이 너무 없어 내부적으로 개발 가능성과 입찰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땅값이 너무 높게 책정된 것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참여하더라도 리스크를 분담할 업체가 있어야 함께 입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2개사 가운데 한 곳이라도 포기하면 입찰이 성립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처음 하는 방식이라 예측하기 힘들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했다”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j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