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겹살 金쌀 金란…물량 푸는데 값은 왜 안떨어지나

2011. 6. 12. 10:10이슈 뉴스스크랩

金겹살 金쌀 金란…물량 푸는데 값은 왜 안떨어지나
[이데일리] 2011년 06월 12일(일) 오전 07:20   가| 이메일| 프린트
- 삼겹살·쌀·계란값 고공비행 지속
- 공급물량 충분해도 "소비자입맛 충족못해"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금(金)겹살`, `금(金)미`, `금(金)란`

정부가 삼겹살, 쌀, 계란 등 3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값에 비유해 `무서운 금자씨들`이라는 씁쓸한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가 관세를 낮춰 수입 물량을 늘리고, 정부 비축분까지 푸는 것은 물론 산란용 병아리까지 비행기로 공수하고 있는 등 `갖은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정책의 약발이 제대로 듣지 않는 모습이다.

대규모 물량 투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 금겹살, 금미, 금란..`무서운 금(金)자씨`

12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전국 평균 삼겹살 100g당 가격은 2379원으로 1년 전(1163원)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 달 삼겹살 외식비도 전년동월대비로 14.5%가 올라 소비자물가상승률(4.1%)의 3배를 넘어섰다.

쌀값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달 쌀값은 1년전과 비교해 10.2% 상승했다. 1998년 12월(10.2%)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2010년산 쌀의 생산이 줄어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집계하는 계란가격(60g-65g·특란 10개)도 현재 2120원선이다. 전년동월(1635원)대비로 3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삼겹살, 쌀, 계란 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데는 구제역, 이상기후,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자연악재가 영향을 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돼지는 330만마리가 살처분돼 전국 돼지 수의 3분의 1이 줄었고, 지난해 쌀 생산량은 전년대비 60만톤 이상 감소했다. AI로 씨암탉도 20~30%가 매몰됐다.

◇ 물량공세에도 `소비자 입맛` 충족 못해

가격이 비싼 이유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가격 왜곡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렸다.

당장 냉동 삼겹살(기본관세율 25%) 6만톤, 냉장 삼겹살(22.5%) 2만톤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3일 기준으로 각각 3만1766톤, 873톤이 수입된 상태다.

쌀 공급도 늘렸다. 정부는 10일 2009년산 쌀 15만톤을 2010년산의 절반 값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산란용 병아리 100만수를 무관세로 들여왔고, 제과용 계란분말 300톤도 낮은 관세로 수입했다.

이 같은 물량 투입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더 뛰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수급 조절이란 가격 안정 카드가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것에 대해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삼겹살의 경우 소비자들이 국산·냉장 삼겹살만 집중적으로 찾는다. 수입산·냉동 삼겹살의 물량은 많은데 정작 팔리지 않아 정부가 관세를 낮춰도 가격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냉장 삼겹살 수입 물량을 늘릴 계획이지만, 수입 과정에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며 "국내 돈육 농가가 빨리 정상화되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쌀값 급등도 소비자 입맛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불거졌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는 비축 중인 2009년 쌀을 싼 가격에 내놓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묵은 쌀`보다는 햅쌀인 2010년 출하 쌀만 찾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뾰족한 수 없다"..시간이 답?

`물량은 넘쳐나는데 가격은 뛰는` 기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도 발 벗고 나섰지만 안성맞춤의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따라서 물량을 확보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들 품목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남규 농수산물유통공사 차장은 "보통 100~110kg 정도의 돼지를 도축하게 되는데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며 "올 8,9월에나 공급물량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도 "현재 계란 생산량 상황이 가장 안 좋고 산란용 병아리를 들여오더라도 국내에 부화장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5~6개월은 기다려야 알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가격 오름세는 공급이 부족한 결과라기보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따른 것"이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가장 큰 대책은 공급물량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며, 이 과정에서 정부 역시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