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資역사 사업 줄도산 위기

2011. 6. 14. 09:04이슈 뉴스스크랩

民資역사 사업 줄도산 위기
20곳중 창동 노량진 천안 공사중단·지연
혈세 수백억 낭비·개인투자 수천억 묶여
기사입력 2011.06.13 17:45:48 | 최종수정 2011.06.14 08:33:48

◆ 위기의 민자역사 ◆

#1.서울지하철 1ㆍ4호선 환승역인 도봉구 창동역에 내리면 5층 높이의 골조만 앙상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본 건물은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유치권을 행사합니다`라고 쓰인 펜스에는 플래카드가 걸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올해 10월 완공 목표로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창동 민자역사 건물이다. 시행사 비리와 공사비 미지급 문제가 겹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2.대지 3만8650㎡에 지상 17층 규모로 백화점, 할인점, 복합영화관 등이 들어섰어야 할 노량진 민자역사 개발사업. 하지만 시행사 대표의 사기와 전횡으로 사업은 사실상 내팽개쳐진 상태다. 2002년 말 시작된 사업이 10년 동안 한 발짝도 못 나간 채 꼬여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추진 중인 민자역사 개발사업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사업자 선정 후에도 각종 소송으로 뒤엉키며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이로 인해 국민 세금을 날리는가 하면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철도 부채를 갚기 위해 시작한 개발사업이지만 사업이 무산되면 대상 국유지만 무수익자산으로 남는다. 해당 토지는 코레일이 역사별로 국가에 매년 수십억 원씩 점용료를 납부해야 해 공공자원만 낭비하는 셈이다.

1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코레일이 출자해 계획 또는 진행 중인 민자역사 사업은 총 2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공사가 완공된 후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사업장은 13곳뿐이다. 6개 사업장은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1개 사업장은 상당 기간 사업이 지연되다 최근 들어서야 본궤도에 올랐다.

20개 민자역사의 사업비는 총 4조원에 달한다.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6개 민자역사에 코레일이 자본금으로 출자한 돈만 179억원이다.

1994년부터 사업을 추진해온 산본 민자역사는 임차인 모집과정 문제와 경영진 내부 갈등까지 겹치며 파산에 직면해 법원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안산중앙역사와 성북역사는 아직까지 인허가도 끝내지 못했다.

천안 민자역사는 2007년 11월 건축허가를 받은 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민자역사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철도역 활성화도 지연되고 주변 공공시설 수립계획에도 문제가 생긴다. 사정이 복잡하게 꼬이자 코레일은 사업 정리를 검토하고 나섰다. 코레일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천안, 안산역사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분양해 2000억원 규모의 투자 피해가 발생한 창동, 노량진 역사 등은 대책이 묘연하다.

코레일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사업을 무차별적으로 추진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는 바로잡기 위해 조치를 취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기자 / 임성현 기자 / 김제림 기자 /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