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허환주 기자,이대희 기자]
'반값 등록금' 실행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10일 열렸다.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이 참석한 이번 집회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집회였다.
21세기대학생연합, 등록금넷 및 야4당이 공동주최한 이날 집회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됐다. 청계광장을 가득 매운 시민들은 저마다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한 손에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 시절로 끝나지 않는다"
이날 집회에서는 그간 진행된 촛불 집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천정부지로 오른 등록금 문제를 지적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포문을 연 건 박희진 청년연대 공동대표였다. 박 대표는 "등록금 문제는 대학 시절로 끝나지 않는다"며 "사회 초년생에게 등록금이라는 굴레는 '빚쟁이', '신용불량자' 등의 딱지를 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140만 청년 실업자가 대학생들의 미래"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아르바이트 시급은 4320원이다. 이게 정상인가"라고 반문한 뒤 "교육과 일자리는 미래를 위한 기본적인 준비 작업"이라며 "정부가 이를 시급히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나 역시 이 자리에 나선 것은 비싼 등록금 때문"이라며 "민주노총 위원장이 아닌 예비 학부모로서 이 자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 투쟁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라며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말한 대로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길 두려워하지 말고 다른 세상을 꿈 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대학생 자녀 두 명을 둔 학부모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현재 자녀 한 명은 군대를 갔고 나머지 한 명은 휴학을 한 상태"라며 "아내까지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등록금을 마련하기는 요원하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애들이 졸업한 후에는 4000만 원 이상의 빚을 지게 된다"며 "겉으론 웃지만 마음속에서는 피눈물이 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국민의 3대 의무가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라고 안다"며 "우리가 서로 힘을 합쳐 국민의 의무를 마치도록 하자"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20대 득표율 0%로 만들자"
반값 등록금을 정부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투표로 심판을 내리자는 발언도 나왔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조선>,<중앙>,<동아>마저도 등록금 문제 해결과 대학 재정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렇게 된 이상 반값 등록금은 실시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하지만 정부에서는 포퓰리즘 운운하면서 버티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심판을 해야 한다. 만약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20대 득표율을 0%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정희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올해 6월 임시국회에서는 반값 등록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반값 등록금은 생각만 바꾸면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부자에게 감세 정책을 실시했다"며 "부자들에게 세금을 퍼낸다면 반값 등록금은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반값 등록금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 고리를 풀어야만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반드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저녁 10시께 집회를 마치고 뿔뿔이 흩어진 뒤 서울광장에서 다시 모였다. 이후 편도 4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명동 대로를 지나 청계광장 신한은행 건물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들의 가두행진을 저지했고 시민들은 신한은행 건물 앞 도로에서 연좌한 뒤 정리 집회를 하고 밤 12시 30분께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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