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들, 현금 65조…"M&A 준비는 끝났다"

2011. 7. 7. 08:55C.E.O 경영 자료

日기업들, 현금 65조…"M&A 준비는 끝났다"

한국경제 | 입력 2011.07.06 18:32 | 수정 2011.07.07 06:07

 

도시바 등 신흥국 신재생 에너지 '기업 사냥' 나서

일본 주요 30개 기업의 해외 인수 · 합병(M & A) 준비 자금이 5조엔(6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작년 한 해 전체 일본 기업의 M & A 총액(3조9000억엔)보다 1조엔 이상 많은 규모다. '기업사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내수시장이 잔뜩 위축돼 있고,원전 사고로 전력 공급이 불안하다는 것도 일본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요인이다. 엔고와 저금리 등 자금조달 환경도 우호적이다.

◆성장산업에 집중 투자

M & A에 나서는 기업들의 투자 대상은 주로 의료 에너지 환경 등 미래형 성장산업에 집중돼 있다. 유력 기업의 인수를 통해 한계에 달한 주력 업종 자체를 바꾸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조사한 30개 대기업 가운데 M & A 자금을 가장 많이 비축해놓은 곳은 도시바다. 대지진이 터진 이후 7000억엔의 실탄을 M & A 용도로 따로 책정했다. 니혼게이자이는 "M & A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신흥국 인프라 시장과 지진 복구 수요를 선점하려는 포석"이라고 전했다. 도시바는 올 들어 이미 스위스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업체 랜디스기어와 한국 풍력업체 유니슨의 지분을 사들였다.

후지필름항암제와 관절염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을 만드는 회사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필름 등 주력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판단에서다. M & A를 위한 자금은 최대 3000억엔까지 사용할 계획이다. 5000억엔의 실탄을 쟁여놓은 미쓰비시케미컬은 향후 해외 기업 M & A를 통해 3~4년 뒤 영업이익을 700억엔(9100억원)가량 늘릴 계획이다.

오지제지는 아시아지역 기업의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달에 이미 말레이시아 골판지 회사를 사들였고,앞으로는 인도 시장 공략에 주력할 방침이다.

◆해외시장 공략 가속

내수시장과 직결돼 있는 식음료업체들의 움직임도 숨가쁘다. 일본 1위 식음료업체인 아사히그룹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동시에 두 건의 M & A를 진행 중이다.

호주에서는 소프트음료업체인 P & N을,뉴질랜드에서는 과즙음료업체인 찰리스그룹을 사들이기로 했다. P & N과 찰리스의 인수가격은 각각 1억8800만호주달러(2140억원)와 1억3000만뉴질랜드달러(1140억원)다. 두 기업에 대한 인수는 9월 말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근엔 호주 최대 주류업체인 포스터의 잠재 인수업체로 거론되기도 한다.

세계 13위인 아사히그룹은 해외 M & A를 통해 단숨에 10위권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내년까지 4900억엔(6조4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아사히그룹의 최근 5년간 M & A 투자액은 300억엔에 불과했다.

경쟁 식음료업체인 산토리도 동남아 시장 등을 공략하기 위해 3000억엔을 M & A에 사용할 계획이다.

금융업에서도 M & A가 활기를 띠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최근 인도네시아 생명보험사 지분 50%를 인수했다. 동남아 보험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온라인 증권사인 모넥스그룹도 주식거래 시스템 개발에 강점이 있는 미국 온라인 증권사에 대해 공개매수에 들어간 상태다.

일본 기업들의 M & A 열기는 대지진이 터지고 난 뒤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진 이후 4,5월 두 달 동안 이뤄진 M & A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할 정도로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