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서울 오피스빌딩…5년 임대에 2년 공짜

2011. 7. 9. 09:05건축 정보 자료실

입력: 2011-07-08 17:21 / 수정: 2011-07-09 02

 

"비워둘 수 없다"…묻지마 임대전쟁
공급과잉 지속…출혈계약 확산될 듯

 

지난달 말 준공한 서울 수표동 오피스빌딩 시그니쳐타워는 S건설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임대기간 30개월 중 12개월을 무료 사용하는 조건이다. S건설만 잡으면 0%인 임대율을 70%까지 올릴 수 있어서다.

막판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근 저동에 다음달 준공 예정인 '101 파인에비뉴 빌딩'이 S건설에 5년 계약하면 23개월 '렌트 프리(rent free · 무료 사용)'를 제시한 것이다.

 

시그니쳐타워 빌딩주인 싱가포르계 투자회사 아센다스는 해외 공사에서 S건설과 협력하는 관계다. 파격 조건을 제시받은 S건설은 두 빌딩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서울 도심 오피스빌딩 시장에 '임대 바겐세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피스빌딩 공급 초과로 임차인을 유치하려는 출혈 경쟁이 치열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2개월이던 오피스빌딩 '렌트 프리' 기간은 청계천 주변에 센터원 등 대형 오피스빌딩 3개가 임차인 모집에 나서면서 12개월까지 늘어났다.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오피스빌딩 업계는 23개월 렌트 프리까지 제시한 빌딩이 나오면서 충격에 빠졌다. 외국계 종합 부동산서비스 업체인 CBRE의 윤여신 이사는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일본 영국 등에서나 볼 수 있던 파격 조건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지나치다 싶은 임대 수요자의 요구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오피스빌딩 임차인 모시기 경쟁은 각종 혜택 제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차인이 인테리어 비용을 내는 국내 오피스시장의 관행이 무너지고관리비 면제 △별도 서비스 면적 제공 △호텔식 주차 서비스 △맞춤형 전기설비 제공 등을 덤으로 내놓는 빌딩도 등장했다.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인 신영에셋의 홍순만 상무는 "서울지역 오피스빌딩 면적이 2015년이 되면 2009년 대비 36.7% 급증할 것"이라며 "수요층이 두텁지 않은 송도 광교 청라 등 수도권에도 대형 빌딩이 들어서고 있어 오피스빌딩 공급 과잉에 따른 임대 바겐세일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