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먹는 하마 '유리건물'…로이유리 탓?

2011. 7. 5. 09:14건축 정보 자료실

에너지 먹는 하마 '유리건물'…로이유리 탓?

노컷뉴스 | 입력 2011.07.04 06:03

[CBS 최승진 기자]

"에어콘을 세게 틀어야 겨우 더위를 견딜수 있다".

"옷을 벗고 싶을 정도인데, 이곳을 찾는 민원인들은 오죽 하겠느냐"

수천억 원을 투자해 건립한 경기도 성남 신청사와 서울 용산 신청사 등 대형 유리 건물들이 유리 온실 효과로 인한 찜통더위로 신음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더위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매달 수백만 원에 이르는 냉방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다.

2000년 이후, 외관 디자인을 강조한 유리건물이 인기를 끌면서 공공청사는 물론 새로 짓는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대부분이 유리건물 일색이다.

올 여름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예상되면서 이들 유리 건물들의 에너지 사용량도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형 유리 건물이라고해서 무조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불행히도 국내 주상복합아파트와 공공청사 대부분은 난방 효율은 높지만 냉방 효율은 낮은 '로이유리'를 사용하고 있다.

외관 디자인만 의식해 벽면을 유리로 덮었으나 마땅한 정부 규제도 없는 상태여서 단가가 낮은 로이유리는 건물주들의 인기를 끌었다.

로이유리는 겨울철 단열성능에 초점을 맞춘 유리로 여름철에는 복사열로 실내온도가 상승해 냉방전력 사용량을 높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실제로 로이유리를 사용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여름철이면 실내온도가 높아져 냉방전력 사용량이 일반아파트보다 최대 2배이상 많다.

정부가 지난해 전국 246개 지자체 청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기도 용인 신청사 등 2005년 이후 완공된 유리 건물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유리'와는 달리 여름철 가시광선과 함께 뜨거운 태양열을 차단하는 데 용이한 유리는 '반사유리'다.

겨울철에 필요한 단열 성능과 여름철 태양열을 차단해 주는 유리는 '반사로이유리' 또는 '더불로이유리'같은 특수 유리가 있다.

실제로 한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 반사로이유리나 더블로이유리의 경우, 로이유리와 비교해 겨울철 단열 성능은 비슷하지만 태양열 차폐 성능은 제품 종류에 따라 1.5배에서 2배까지 더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름철 외부온도를 섭씨 32도, 내부온도를 24도로 정한 뒤 복층 유리 종류에 따른 유리내부표면 온도를 조사한 결과, 투명유리나 로이유리의 경우 각각 38.7도, 37.6도를 기록했으나 더블로이유리 온도는 31.7도로 6-7도 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열성능이 우수한 로이유리와 단열과 열차단 기능이 있는 특수 유리의 경우, 가격차는 8-9%에 불과하다.

결국 1-2천만원을 절약하기 위해 선택한 '로이유리'가 여름철만 되면 매년 수백만 원씩 에너지 소비를 더 부추키는 '에너지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choi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