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인사 압력성 민원에 '포털 몸살'

2011. 8. 19. 09:22이슈 뉴스스크랩

정재계 인사 압력성 민원에 '포털 몸살'

한국일보 | 입력 2011.08.19 02:45

 

프로필 사진 바꿔 달라… 인물검색 순위 앞으로… 부정적 글 삭제해 달라…

'김태호'하면 사람들은 누구를 떠올릴까. 누군가는 경남지사를 지내고 총리후보까지 됐던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을 연상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MBC 인기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PD를 떠올릴 것이다.

지난 4월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당시 김태호 후보 측은 포털사에 한가지 부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물검색란에 '김태호'를 입력하면 김태호 PD가 맨 먼저 나오는데, 김태호 후보를 김 PD 앞으로 배치해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포털측은 "자주 검색되는 순서대로 자동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선거를 앞둔 김 후보측으로선 기왕이면 이름 석자가 가장 먼저 노출되기를 희망했던 것이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선거시즌이 사실상 개막되면서, 포털사엔 벌써부터 이런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부탁하는 주체가 정계나 재계 유력인사들이나 보니, 포털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털사에는 최근 들어 "부정적 내용의 블로그를 뒤쪽으로 빼달라" "프로필 사진이 맘에 안 드니 바꿔달라" "이름을 인물검색 순위 맨 앞으로 해달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이나 정치 지망생들은 개인 프로필부터 정치인 관련 블로그, 댓글까지 꼼꼼하게 모니터링 한 뒤 자신들에게 조금이라고 불리한 내용이 있으면 막무가내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포털 관계자는 "상시 발생하는 민원도 너무 많은데, 선거철만 되면 더욱 폭주해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몇몇 의원은 본인 이름으로 검색해 나오는 부정적 게시글을 전부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해도 너무 한다"며 "그러나 공인의 경우 관련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유명 연예인과 이름이 같은 한 의원은 매번 인물 검색이 뒤로 밀린다며 방법이 없겠느냐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정계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상습 민원이 많다. 주로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의 평판 관리차원이지만 내용 삭제나 프로필 사진교체 요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주요 그룹은 최근 오너와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블로그가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자, 이를 뒤로 미뤄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프로필 사진에 관심이 많은 한 오너는 최근 포털에 걸린 자신의 사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직접 바꿔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 포털 관계자는 "이 오너는 원래 업계에서는 자신의 프로필에 민감한 분 가운데 한 분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사실 기업인은 법적으로 공인이 아니어서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게시물의 경우 일정기간 접근을 막는 임시 조치(블라인드)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무조건 블로그나 댓글 등의 검색 순서를 바꿔주거나 삭제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 포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