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피랍기에 자폭하라" 명령받은 女조종사

2011. 9. 12. 19:14지구촌 소식

"9.11 피랍기에 자폭하라" 명령받은 女조종사
기사입력 2011.09.12 16:52:09 | 최종수정 2011.09.12 17:01:15

 

10년 전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헤더 `럭키` 페니 소위는 워싱턴 D.C.에 있던 자신의 부대에서 유일한 여성 전투기 조종사이자 경험 없는 신출내기였다.

그런 페니 소위에게 목숨을 건 막중한 임무가 떨어졌다.

테러범들에게 공중 납치돼 수도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여객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

페니 소위와 동료가 탄 F-16 전투기 2대가 출격했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긴급 출격하느라 F-16 전투기에는 미사일 등 항공기를 격추할 무기가 탑재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비행기를 격추하는 게 아니라 들이받으려 했다"며 "내가 가미카제 조종사가 되는 게 임무였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회고했다.

이들은 첫 번째 비행기가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를 들이받았을 때만 해도 미숙한 경비행기 조종사가 사고를 낸 것으로 여겼으나 두 번째 비행기가 건물에 부딪히자 `전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어 세 번째 비행기가 국방부 청사를 타격했고 곧바로 네 번째 비행기가 워싱턴 D.C.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막 훈련비행을 마친 전투기에는 공포탄만 장착돼 있을 뿐 무장된 전투기는 한 대도 없었다.

미사일 등 무장을 갖추는 데 1시간가량 걸리는데 피랍 보잉 757 여객기는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어 무장 여부와 관계없이 누군가는 즉각 출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크 새서빌 대령은 "러키, 나와 같이 간다"고 페니 소위에게 명령했다.

출격 직전 새서빌 대령이 조종석 쪽을 노리겠다고 하자 페니 소위는 그러면 자신은 피랍 여객기의 꼬리 부분을 겨냥하겠다고 주저 없이 답했다.

엔진을 공격하더라도 여객기가 활강하며 목표 지점까지 갈 수 있다는 게 새서빌 대령의 판단이었다.

비행 전 30분 정도 소요되는 일상적인 점검 절차를 생략하고 새서빌 대령과 페니 소위는 엔진의 출력을 높여 시속 640㎞로 날아올랐다.

새서빌 대령은 전투기로 피랍 여객기를 들이받기 직전 비상 탈출을 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WP에 놨지만, 페니 소위는 "비상 탈출하면 전투기가 떠오르면서 목표물(여객기)을 타격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서빌 대령과 페니 소위는 소중한 목숨을 버릴 필요가 없었다.

인질로 붙잡혔던 유나이티드 93편 승객들이 테러범들과 싸우는 와중에 비행기가 펜실베이니아 주(州) 시골에 추락했기 때문이다.

페니 소위는 "진정한 영웅은 목숨을 기꺼이 바친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의 승객들"이라며 "나는 역사의 우연한 목격자일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베트남전쟁에서 싸운 조종사의 딸로 1세대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된 그는 이라크전에 두 차례 파견돼 참전했으며 현재 주 방위군 소속 소령으로 전투기를 몰지 않으며 혼자 두 딸을 키우고 있다.

[뉴스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