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없이 24시간 … 서울·인천 아찔한 택시 1만 대

2012. 2. 18. 08:51이슈 뉴스스크랩

교대 없이 24시간 … 서울·인천 아찔한 택시 1만 대

회사는 비용 줄고 사납금 늘어
기사는 고수입 유혹 못 떨쳐
규제할 법 없어 시민안전 위협
중앙일보 | 정원엽 | 입력 2012.02.18 00:54 | 수정 2012.02.18 01:03

 

16일 인천시 연수구에서 만난 '24시간 택시' 기사 이모(67)씨. 이씨는 하루 17시간씩 일하며 3~4시간밖에 못 자고 운전을 한다고 말했다. [최종혁 기자]택시기사 김모(55)씨는 지난 8일 밤 인천시 계양구 도로에서 택시를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이모(45)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4시간 택시(일명 하루차)' 운행을 하고 있었다. '24시간 택시'란 기사 한 명이 하루치 사납금을 내는 조건으로 하루 종일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택시는 한 대에 두 명의 기사가 배치돼 12시간씩 교대 운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다행히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김씨처럼 24시간 택시 운전으로 피로가 누적돼 일어나는 사고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H택시기사 김모(47)씨가 지난해 24시간 운전을 하다 대상포진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등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기사들이 늘고 있다.

 '24시간 택시'가 승객들의 안전과 기사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17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법인택시의 30%인 6800대, 인천의 70%인 3700대가량이 '24시간 택시'로 운행되고 있다. 실제로 16일 밤 본지 기자가 인천시 주안역·연수동·부평동 등에서 택시를 타 본 결과 반일제 교대 택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천 D택시회사 소속 이모(67)씨는 "지난 6년 동안 '하루차' 운전을 했다"며 "회사 소속 차량 150대 가운데 100여 대가 24시간 택시"라고 전했다.

 24시간 택시 운행이 늘어난 건 2007년 이후 계약금·납입금을 받고 운행토록 하는 도급제 택시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다. 택시회사 입장에선 노는 택시 없이 차를 돌리면서 두 명분의 사납금을 받을 수 있다. 기사들은 고(高)수입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반일제의 경우 직장인 출퇴근시간 등 피크타임이 한 번밖에 돌아오지 않는데 24시간 택시는 손님이 많은 시간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의 이상우 사무국장은 "회사는 임금과 4대 보험료 등 고정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사납금은 1.5배 이상 받을 수 있다. 상당수 기사는 돈도 돈이지만 거부하면 해고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24시간 운행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24시간 택시에 대한 법적 규제는 전무하다. 도급제 택시가 규제 대상인 점과 대비된다. 택시는 근로기준법상 사업자의 관리·감독을 벗어나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근로시간 제약이 없다. 노사협의를 거쳤다는 점만 증명하면 24시간 택시 운행이 현행법상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회사마다 기사 수급 등 사정에 따라 24시간 택시를 운행하고 있지만 적용할 법규가 없어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임삼진(건설환경공학) 교수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24시간 택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최소한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택시 한 대당 기사가 2.5~2.8명은 돼야 정상적 운행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엽·최종혁 기자 < wannabejoongang.co.kr >

정원엽.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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