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구분형 아파트, '쪽방 아파트' 양산하나

2012. 5. 21. 09:14부동산 정보 자료실

세대구분형 아파트, '쪽방 아파트' 양산하나

 

입력 : 2012.05.18 16:30

최근 정부는 늘어나는 1~2인 가구에 대처하기 위해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설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5·10 대책을 통해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대부분 풀었고, 신축 뿐 아니라 리모델링 아파트도 세대구분형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정부와 상반된 분위기다.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특정 지역과 상황에 적용하는 ‘특화상품’ 정도로 소형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보다 임대주택으로서의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것. 수요도 없는데 ‘쪽방 아파트’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국토부, 아파트 분양받아 ‘세주고 사세요’

국토해양부는 5·10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일부를 별도로 구획해 2가구 이상이 거주(임대 등) 할 수 있는 세대구분형 아파트(멀티홈)의 규모제한 및 별도구획 면적 상한을 폐지했다. 이전까지는 85㎡를 초과하는 아파트만 세대구분형으로 지을 수 있었고, 별도구획도 30㎡ 이하로만 가능했다.

이전에 없던 내부 설계 기준도 마련됐다. 독립된 현관을 갖추고, 1개 이상의 침실, 개별 부엌 및 샤워시설, 가스·전기·수도에 대한 별도 계량기도 구비해야 한다. 더불어 신축 아파트뿐 아니라 리모델링 아파트도 세대구분형 아파트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해 적용대상이 확대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대한 지침은 예전부터 나왔지만, 구체적인 건축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었고, 면적 분할에 대한 규제도 있어 건설사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개발하기 어려웠다”며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더라도 임대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이 개발한 2세대 분리형 신평면./GS건설 제공
◆ 건설사, “세대구분형?, 대학가에서나 통할 것”

건설사들은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세부적인 건축 지침이 나오면서 상품개발은 착수한 모습이다. 그러나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서울 역세권 지역 정도에 어울리는 특화상품 정도일 뿐,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건설사 중 처음으로 2가구(소유주까지 총 3가구)를 임대할 수 있는 평면을 개발한 GS건설(006360) (74,300원▼ 2,600 -3.38%)은 흑석3구역 재개발 사업 등 임대수요가 풍부한 도심지 및 대학가 주변 재개발 사업장을 중심으로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임대수요가 많은 대학가나 다세대·단독주택 등이 밀집해있던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에는 세대구분형 아파트가 매력적일 수 있지만, 환금성만 따지면 일반 아파트보다도 못하다”며 “한번 세대분리형을 샀다가 임대가 안되거나, 이사를 가야하면 매수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고 말했다.

대우건설(047040) (8,320원▼ 380 -4.37%)관계자도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틈새시장 공략 정도로 의미를 둔다”며 “세대구분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대형평형으로 주택을 짜야 하는데, 최근 시장 분위기는 이를 꺼리는 분위기라 분양 실패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 독립성 보장되고 값싼 오피스텔 많은데 세대구분형 뜰까?

지난 몇 년간 공급량이 크게 증가한 소형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도 세대분리형 아파트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소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보다 면적별 분양가가 비싸다. 또 단지 규모도 상대적으로 아파트가 훨씬 크기 때문에 임대수익률이 높은 역세권 등에 건축하기가 불리하다. 즉 임대수익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세대구분형 아파트보다는 소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임대수익을 올리길 원하는 사람은 같은 돈이라도 소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살 것으로 보인다”며 “또 세입자가 주인과 바로 옆집에 산다면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임대 물건으로는 덜 매력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재개발·재건축 지역에나 부분적으로 적용했던 특화상품”이라며 “5·10 부동산대책에서 규제가 대부분 사라지고, 공급을 장려하는 분위기지만, 1~2인가구 수요처로는 아파트는 매력이 없어 ‘쪽방 아파트’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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