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 물건 쏟아지는데 낙찰가는 계속 ‘내리막길’

아파트 경매 물건 쏟아지는데 낙찰가는 계속 ‘내리막길’

경향신문 | 유정인 기자 | 입력 2012.05.24 03:08 | 수정 2012.05.24 03:18

 

아파트 경매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를 샀지만 가격 하락에다 거래마저 실종돼 더 이상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물량이 늘어나다 보니 낙찰 가격과 물량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통계를 보면 전체 부동산 임의경매 접수는 지난해 1~4월 674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759건으로 12.6% 증가했다.

부동산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이를 갚지 않을 때 채권자가 담보 부동산을 경매에 부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이후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한 경우가 해당된다. 수도권 아파트 최초 경매 진행 사건들의 금융권 청구금액은 지난 3월 2025억원으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가 많다는 의미다.

이 금액은 지난 4월에도 1972억원을 기록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는 모두 5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5건)보다 2.5%가량 늘었다.

반면 낙찰건수는 225건에서 206건으로 오히려 19건(8.4%) 줄었다. 올 1월 43%로 시작한 낙찰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5월 현재 30%대 초반을 기록 중이다. 경매시장에 100건의 물량이 나오면 30건밖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낙찰가율과 평균 응찰률을 봐도 경매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 확인된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4월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에 나온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월평균 84.6~86.4% 수준이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격의 비율을 말한다. 낙찰가율은 지난해 7월(77.8%) 80% 밑으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올해 1~4월 월평균 낙찰가율도 77.3~80.4%를 보였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감정가의 80%에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된 셈이다. 낙찰가율은 부동산시장의 경기지표를 반영하는 수치로 이용된다.

경매시장 참가자들의 경쟁률을 나타내는 평균 응찰자 수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1월 8.3명이었던 평균 응찰자 수는 이후 급락해 12월 4.0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1~4월에도 4.2~5.3명에 불과했다. 경매물건 1건당 4~5명밖에 응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 하유정 연구원은 "경매로 싸게 산다 해도 일반 시장에서 되팔아야 하는데 아파트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