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아파트 굴곡의 10년…"영원한 1위는 없었다"
2012. 6. 2. 09:32ㆍ부동산 정보 자료실
귀족아파트 굴곡의 10년…"영원한 1위는 없었다"
[부동산 '후']도곡동 타워팰리스 - 경쟁자 우후죽순 주상복합 시들에 가격 급락
-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입력 : 2012.06.02 06:48 조회 :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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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
당시 곧 숨이 넘어갈 것 같던 대한민국 경제는 심폐소생술을 거쳐 대수술을 받는 고통을 견뎌내더니 기적처럼 회복했다. 어렴풋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날로 심화되는 빈부격차는 아직도 선명한 수술자국처럼 남아 있다. 타워팰리스는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첫선을 보였다. 빈부격차의 상징물처럼 각인됐다는 것이다.
타워팰리스를 분양한 1999년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시절이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 국민들이 속절없이 무너져내렸을 때다. 타워팰리스1차가 첫 집들이하던 2002년 말, 1채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이 수억원씩 웃돈이 붙어 팔려나가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타워팰리스 뒤에 따라붙던 '대한민국 0.1%' '귀족아파트' '강남 속에 강남'이란 수식어는 부의 상징이었고 반대로 상대적 빈곤을 더욱 깊게 하는 단어였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타워팰리스는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가치가 더욱 올라갔다"며 "양극화가 심해져 대다수 국민의 삶이 고달픈 현실 속에서 타워팰리스 입주자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란 이미지가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매매가 25억원짜리 타워팰리스라면 5억원 정도는 그런 자부심값이 차지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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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의 상징 거품에 무너져
타워팰리스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어디어디의 타워팰리스'라는 식의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주변 강남뿐 아니라 강북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주상복합은 아파트에 비해 전용률이 낮고 통풍이 잘 안되며 관리비가 비싸다는 단점에도 '타워팰리스 효과'에 힘입어 새로운 주거형태로 각광받았다. 이때부터 아파트에도 브랜드를 붙이는 시대가 열렸다.
타워팰리스 인근 S공인중개 대표는 "2002년 입주 당시엔 자고 일어나면 분양권 프리미엄이 수천만원씩 붙었고 한달에 1억원이 올라 정신 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2003년 타워팰리스2차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매매가도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갔다"고 회상했다.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타워팰리스도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 앞에선 버티지 못했다. 타워팰리스 가격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곤두박질쳤다.
타워팰리스1차에서 가장 많은 가구를 차지하는 165㎡(이하 전용면적)의 매매가는 2006년 33억원 안팎까지 올라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탔고 현재는 평균 18억~22억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6년 이후 최고가 대비 지난 1월 현재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단지로 조사됐다. 2007년 9월 33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 1월 18억8550만원에 체결돼 무려 14억5450만원이나 하락하기도 했다.
175㎡의 경우 지난해 6월 32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그해 12월 23억8000만원에 팔려 반년 만에 8억7000만원 떨어졌다.
타워팰리스는 이미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국토부가 발표한 올 1월 공동주택 공시지가 자료를 보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 273.6㎡로 52억4000만원에 달했다.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3차' 265.5㎡는 43억6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빌라가 공동주택에서 강세를 보인 가운데서도 주상복합아파트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269.4㎡(42억4000만원)는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부산 해운대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I-PARK)' 285.9㎡(41억4400만원)는 4위를 기록, 고가 공동주택에 신규 진입했다. 그 사이 타워팰리스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엔 개그맨 심형래씨가 소유한 타워팰리스도 경매물건으로 나와 관심을 끌었다. 이 집은 감정가가 53억원에 달했지만 지난 4월에만 2차례 유찰되면서 34억원에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타워팰리스의 굴욕'이란 평가를 받는다.
◇입주자 절반은 세입자로 '손바뀜'…과거 영광 회복할까
타워팰리스 입주민들도 초창기와 비교하면 상당부분 손바뀜이 일어났다.
타워팰리스 입주 초기에 살았던 중소기업 사장 C씨는 2년 전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옮겼다. 그는 "커뮤니티시설과 주거환경이 편하지만 환기에 문제가 있어 답답하고 고층이라 건강상 문제도 있어 이사했다"며 "2년 동안 전세를 놓았다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없어서 지난해 하반기에 팔았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타워팰리스 입주민들 가운데 세입자 비율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165㎡ 월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 500만~600만원, 전세는 9억~12억원 수준이다. 전·월세가격은 매매가와 달리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T공인 관계자는 "초기엔 본인 주택 비율이 70%를 넘었지만 정부규제가 지속되고 주변에 비슷한 주상복합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전세나 월세 전환이 꾸준히 증가했다"며 "의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재력 있는 부모님이 자식에게 구해주는 경우가 월세의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고액의 월세를 주는 세입자이긴 하지만 상류층 중심의 폐쇄적인 커뮤니티 문화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그는 "세입자 비중이 커져 전보다 입주자들이 젊은층으로 바뀌면서 강남 부촌인 청담동이나 주변 대림아크로빌로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시장의 조정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과거 영광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동선 원빌딩부동산중개 팀장은 "타워팰리스급 주거시설이 도시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과거와 같은 메리트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입주한 지 10년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도 고려해야 해서 가격이 정점기를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S공인중개 관계자는 "요즘 타워팰리스를 사는 사람 100명 중 1명 정도만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경우로 보면 될 만큼 투기목적의 매수세는 전무한 느낌"이라며 "다만 타워팰리스처럼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된 곳이 없다는 점과 아직도 타워팰리스 이름값이 여전하다는 것은 가격 하락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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