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5. 08:49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한 해 9억 버는 산골 38가구 떡메소리
‘색깔 있는 마을’이 부자 된다 ② 양양 송천 떡 마을
30년 전 생활고 벗어나려 시작
체험관 짓고 법인화해 부촌
마을 활기 띠며 귀농자 늘어 중앙일보 이찬호 입력 2012.06.04 01:16 수정 2012.06.04 11:15
양양 양수발전소 등을 방문한 관광객이 송천리 떡 체험관에서 인절미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떡메를 치고 이어 반죽으로 모양을 만들어 자른 후 고물을 묻혀 떡을 만든다. 만든 떡은 바로 맛보고 싸갈 수 있다. 송천 떡마을 38가구는 이 같은 사업에 힘입어 연간 9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진 양양군]
'쿵 떡, 쿵 떡.' 지난달 30일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떡체험관. 이곳을 찾은 한국전력공사 직원과 가족 40여 명이 차례로 떡메 체험에 나섰다. 찹쌀밥에 어느 정도 찰기가 붙자 이내 박자를 맞춰 힘있게 내리쳤다. 한전에 근무하는 아버지 김희동(51·대전시 유성구)씨와 떡메 체험에 나선 기헌(20·미국 듀크대 전기공학 2년)씨는 "방학이라 귀국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떡체험관에는 이들 외에 유치원생 등 모두 80여 명이 인절미 만들기를 체험했다.
인제에서 한계령을 따라 동해안을 가다 보면 오색을 지나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를 만난다. 차량으로 10여 분 달리면 '송천 민속떡마을'이 나온다. 농경지가 적고 주민 수도 많지 않은 작은 마을이지만 연간 매출 9억원을 올리는 '떡 마을' 공동체다.
산골마을 송천리가 떡마을로 탈바꿈을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부터다. 이웃 마을 논화리에서 시집 온 김연화(64)씨는 궁핍한 살림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하다 인절미를 만들어 오색약수터에서 좌판을 벌였다. 김씨는 "지금처럼 교통이 좋을 때가 아니어서 서너 시간을 걸어 다녔지만 돈 모으는 재미로 견뎠다"고 말했다.
한두 해 이를 지켜본 주민들이 하나 둘씩 떡 행상에 동참, 1980년대 초반에는 15명에 달했다. 이들은 직접 떡을 만들어 오색약수터, 양양읍내 시장, 낙산해수욕장 등 양양 일대는 물론 설악산 소공원까지 다녔다. 억척스럽게 떡을 만들어 파는 이들은 차츰 '떡마을 아줌마'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왔다. 관광지 잡상인 금지령이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98년 100만원씩 출자해 건물을 짓고 공동으로 떡을 만들어 팔았다. 마을 입구에 천막 판매장도 개설했다. 2002년에는 현재의 공동 작업장과 체험관 등을 지었고 2009년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송천떡마을영농조합법인을 출범시켰다.
여럿이 힘과 지혜를 모으자 떡 사업은 탄탄한 사업 모델로 성장했다. 조합은 마을입구 판매장에서만 연간 3억6000만원어치의 떡을 판매하고 있다. 또 양양 장날 판매 1억8000만원, 직접 배송 1억3000만원, 택배 9000만원, 떡 체험 방문객으로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농특산물 판매도 4000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매출로 떡 만들기에 직접 참여한 15명의 주부는 연간 2500만~3000만원의 임금을, 그러지 않은 조합원은 배당금을 받는다. 또 순익의 10%는 마을발전기금으로 적립된다. 떡 때문에 송천리는 이농현상이 거의 없었다. 줄곧 25~30가구를 유지하다가 38가구로 늘어났다. 2000년대 후반부터 귀농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지난해에도 3가구가 귀농했다. 전체 38가구 115명 가운데 60세 미만 비율도 68%에 달한다.
중앙일보·농림수산식품부 공동기획
이찬호 기자kabear@joongang.co.kr
▶이찬호 기자의 블로그http://blog.joinsmsn.com/kabear/
'분야별 성공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月 김밥 5000개씩 파는 30대男, 비결보니… (0) | 2012.06.11 |
---|---|
"아파트 '이것' 바꿨더니 관리비 20만원이나…" (0) | 2012.06.08 |
사진광 50대男 식인물고기 찍으러 가서 `헉` (0) | 2012.06.04 |
택배로 장난감 빌려주는 동네 도서관 (0) | 2012.06.04 |
노숙하던 22세男 삼겹살 팔아 170억 `대박` (0) | 2012.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