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김밥 5000개씩 파는 30대男, 비결보니…

2012. 6. 11. 08:46분야별 성공 스토리

月 김밥 5000개씩 파는 30대男, 비결보니…
극작가 꿈꾸다 `갈비김밥`으로 월 1억 매출
기사입력 2012.06.10 09:50:24 | 최종수정 2012.06.10 19: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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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집을 한다고 사람들이 무시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 체인점 문의를 하는 등 기분 좋은 일이 많아요"

로봇김밥에서 독특한 재료 갈비를 넣은 김밥을 판매하고 있는 임훈 사장(35)은 극본을 쓰는데 20대를 보냈다. 서울예대 극작과에 재학할 당시 임 사장은 요식업체에서 요리를 배우며 돈을 벌었다.

차를 몰고 다니는 등 대학생으로서 여유롭게 생활하던 임 사장의 상황은 30대에 들어서자 달라졌다. 임 사장은 "부모님의 은퇴시기와 제 교통사고가 겹쳐 큰돈이 필요하게 돼 직업을 구하려 했으나 아르바이트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전에 많은 경력을 쌓은 요식업 아르바이트에서도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임 사장은 `직업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에 구직활동을 시작했지만 토익, 대외활동 등 다양한 스펙을 쌓은 친구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30대 초반에 운이 좋게 취직이 됐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며 "직장을 다니면서 지인의 가게 오픈을 도왔는데 마치 연극이 끝날 때처럼 아쉬움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좀 더 잘 맞는 직업인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직장을 그만뒀다. 임 사장은 손은영 사장(32)과 함께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홍대에서 차례로 카페, BAR, 호프집 등을 차리기도 했다.

임 사장은 이전에도 창업에 뛰어든 경험이 있었다. "제대하고 나서는 친형과 함께 강북에 있는 한 포차를 친척으로부터 맡게 됐다"며 "상권이 전혀 발달하지 않은 공단지역임에도 장사가 잘돼 체인점을 7개나 내준 적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작정 체인점을 늘린 탓에 임 사장은 제대로 체인점들을 관리하지 못했다. 결국 체인점 사이에 맛이나 서비스 등이 차이가 나면서 포차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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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열었던 카페, BAR 등을 하나씩 운영해가며 모은 돈으로 차린 가게가 `로봇김밥`이다. 가게 이름이 왜 로봇 김밥이냐고 묻자 임 사장은 "제가 어릴 때 김밥은 소풍 때나 먹는 특별한 음식이었어요. 소풍에는 늘 용돈이 따라왔죠. 그 용돈으로 로봇을 사고 다른 손에는 빈 도시락 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게 생각나서 로봇김밥이라고 짓게 됐다"고 말했다.

10평 남짓한 가게에서 테이블 4개로 벌어들이는 월수입은 1억원. 임훈·손은영 사장이 개업 8개월 만에 이뤄낸 기록이다.

이들은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라 김밥을 택했다. 임 사장은 "원래는 경양식 집을 차리려고 해서 정보를 얻으려 일본에 갔지만 이미 경양식의 모든 발전상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즈음 고기를 넣은 맛있는 김밥을 먹고 김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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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사장은 요즘 프랜차이즈 김밥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김밥이 마치 싸구려 음식이 됐다는 점을 고려했다. "일본 스시와는 달리 한국의 김밥은 다양한 재료를 넣을 수 있고 영양가도 풍부하잖아요. 한국형 슬로우 푸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죠"

임 사장은 "과거 근사한 카페를 운영할 때에도 체인점 문의를 받지 못했지만 로봇김밥에서는 체인점 상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로봇김밥을 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로봇 김밥 이전에 했던 창업은 마치 무대에서 배우가 멋져 보이려고 했었던 것처럼 겉멋이 들어있었던 셈"이라고 임 사장은 표현했다.

김밥 포장지까지 따로 만든 임 사장은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에 대해 꼼꼼히 신경을 쓴다. "매일 하루 1~2시간은 마트에 있으면서 재료로 뭐가 좋을 지 고민을 합니다. 원래 햄과 맛살도 들어있었는데 뺐어요. 이제 단무지를 빼서 전혀 조미료가 안 들어간 김밥으로 탈바꿈시킬 겁니다"라고 임 사장은 말했다.

가장 뿌듯할 때가 언제냐고 물었더니 임 사장은 "직장인들이 일에 찌든 얼굴로 와서 김밥을 시키는데 먹고 나서는 얼굴이 금세 환해지시더라고요. 마치 다른 사람이 돼서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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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외에 덮밥, 라면, 쫄면 등을 판매하는 로봇김밥은 하루 김밥만 500줄 넘게 판매하고 있다. 프렌차이즈를 생각하지 않냐고 묻자 임 사장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과거 포차 체인점을 무작정 내준 데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많으며 본인이 만드는 김밥보다 맛있는 김밥이 있다는게 그 이유다.

"이번 가게는 테스트 매장이나 다름없어요. 메뉴나 재료를 계속 바꾸어 나가면서 완벽하다고 생각이 될 때 다른 가게를 열 생각입니다"

[고은빛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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