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낸 건보료 20억, 병원 의료기기 리베이트로 샜다
2012. 7. 17. 08:46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국민들이 낸 건보료 20억, 병원 의료기기 리베이트로 샜다
동아일보 입력 2012.07.16 03:18
[동아일보]
지난해 가을 서울 경희의료원 병동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 병원 의사인 A 교수와 B 과장은 서로의 얼굴에 모두 멍이 들 정도로 주먹을 퍼부었다. 더 맞은 A 교수가 분을 참지 못해 B 과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병원 측은 "아침회의 참석 문제로 말다툼하다 몸싸움으로 번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사태는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 병원과 의료기기 구매대행사가 짜고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빼돌려온 저질스러운 비리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정부합동 의약품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부장검사)은 업체 대표와 대형병원 행정부원장 등 15명을 의료기기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업체와 병원은 정부의 '실거래가 상환제'의 허점을 악용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한 약이나 치료재료는 품목별로 정해둔 상한가만 넘지 않는다면 병원이 청구하는 대로 지급하고 있다. 국민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적발된 한 병원은 좁은 혈관을 넓혀주는 의료기기인 '심혈관용 스텐트'를 구매대행사로부터 2503만 원에 구입한 뒤 건강보험공단에는 보험료 최대치인 2698만 원을 청구했다. 회계 정리를 위해 2698만 원을 대행사에 그대로 전달했다. 부풀려진 금액은 병원이 대행사로부터 '정보이용료'라는 항목을 적용해 되돌려 받았다.
이들의 혐의가 적발되는 데는 병원들의 '실수'도 한몫했다. 복지부가 해당 병원에 의료기기 구매대행업체들과의 거래명세와 계약서를 요구하자 병원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이 구매대행사와 맺은 '리베이트 이면계약서'를 실수로 통째로 넘겨줘버린 것.
검찰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의료기기 유통시장에서 구매대행사가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병원에 뿌려진 액수는 수백억 원대로 추정된다"면서도 "구매대행업체가 잘못된 리베이트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이 병원들은 리베이트 금액을 운영비로 사용하려 한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납품자가 자신의 마진을 줄여서 건네는 일반적 리베이트와 달리 이들은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빼돌려 리베이트로 챙겼다는 점에서 일반적 리베이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죄질이 훨씬 나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병원 측이 부당하게 돌려받은 리베이트 전액을 추징하는 한편으로 6조 원 규모의 의료기기 유통시장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2010년 금품을 주고받은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 이후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 관련 리베이트가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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