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극과 극] 1천원 짜장면 vs 1만8천원 짜장면

2012. 7. 20. 08:4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체험 극과 극] 1천원 짜장면 vs 1만8천원 짜장면
[한국경제신문] 2012년 07월 17일(화) 오후 04:54   가| 이메일| 프린트
고물가 시대에 외식비 부담 또한 높아졌다.

직장인 김인식(45) 씨는 4인가족이 한달에 한번 외식하는데 평균 10만원 이상을 쓰고 있다.

중학교·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게 되면 10만원 넘기기는 기본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집에서 와인이라도 한잔 추가로 시키려면 15만원 예산은 잡아야 한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은 지난 2월 주요 서민생활물가를 조사한 결과 전국 16개 광역 시·도의 칼국수 한 그릇 값이 평균 5378원으로 파악됐다.

5천원 가지고는 칼국수 한그릇 먹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단돈 1천원으로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화제다.

경기도 일대에 이같은 저렴한 짜장면집은 블로그 등에서 많이 소개됐지만 서울에도 이같은 곳이 등장한 것.

1천원짜리 짜장면 맛과 서울 대표적인 일류호텔 중식당 짜장면 맛은 어떻게 다른지 직접 찾아가 먹어보기로 했다.

성북구에 위치한 1천원 짜장면집은 번화가와는 다소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로에서 10m쯤 떨어진 건물 2층 식당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많은 손님으로 붐비고 있었다. (상호명 '불짜장냉면')
듣던대로 짜장면 값은 단돈 1천원. 간짜장과 짬뽕은 3천원이었다.

앞서 주문한 대기자들이 4~5명 있어서인지 짜장면이 나오는데 걸린 시간은 약 10분.

단무지 양파와 함께 제공된 짜장면은 보기만해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면도 탄력이 있었다.

도봉구에서 유명 중국집을 30년간 운영하던 이연주(53) 사장이 이곳에 1천원 짜장면집을 오픈한지는 약4개월째.


이 사장은 혼자 조리와 설겆이 등 모든 주방일을 도맡아 해내고 있었다. 홀에서 서빙을 돕는 직원은 알고보니 이 사장의 딸.

1천원 짜장면은 바로 이런 인건비 절약 덕분에 가능했다.

이연주 사장은 "주방에서 면도 직접 뽑아내고 돼지고기, 양파, 돼지고기, 김치 등 모든 재료는 국내산을 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솔직히 짜장면을 팔아서는 이익이 남지 않는다.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내야하는 시스템이지만 어르신들이 싸고 맛있는 짜장면을 드시고 만족해서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있고 뿌듯했다"고 밝혔다.

이연주 사장이 38평 가게를 창업하는데 든 비용은 약 4천만원. 하루 나가는 1천원 짜장면은 약 100그릇 이상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하루 매출은 30만원~40만원선에 불과하다.

이 사장이 일반 중국집을 운영하던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은 매출이지만 "어떤 분들은 1천원 내고 미안해서 어떻게 먹느냐며 일부러 간짜장을 시키거나 1천원 짜장면을 드시고 테이블에 2천원을 두고 황급히 나가시는 분도 계셨다"며 "수익을 많이 남기기 보다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외식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좀더 자리를 잡으면 체인점도 낼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고급 짜장면과의 극과극 체험을 위해 서울 시내 호텔 중식당도 찾아보았다.

옆테이블이 보이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된 자리에 앉아 짜장면을 시킨후 음식이 나오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6분.

짜장면 한그릇을 먹고 계산한 금액은 서비스요금, 부가세 포함해서 1만8천150원이었다.

1천원 짜장면집에서 18명이 한그릇씩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물론 장소에 따라 음식의 가격이 천차만별 책정되는 것은 당연한 시장경제의 이치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즐기며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호텔 중식당과 1천원에 맛있는 짜장면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것은 모두 소비자들의 고유의 권한이다.

짜장면 맛은 어떻게 달랐을까.

1천원 짜장면과 1만8천원 짜장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짜장소스에 담겨진 채소의 양.

호텔 짜장면에는 호박, 양파, 고기가 좀더 큼지막하고 먹음직스럽게 들어가 있다는 점이 확연히 달랐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호텔 짜장면이 맛도 더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1천원 짜장면집에서 탕수육 소 사이즈를 시키고 4인가족이 짜장면을 한그릇씩 먹는다면 소요되는 외식비는 총 1만 4천원.

경기가 어려운 때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1천원 짜장면집에 가서 "먹고싶은거 다시켜!" 호사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