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1. 08:38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벼랑에 몰린 축산업>①"5重苦…이대로면 끝장"
사료·분뇨처리비 급증에 대기업도 진출…영세농 `고사 위기' 수입 재고 쌓이고 가격 급락…불황 여파로 소비도 급감 연합뉴스 입력 2012.10.11 06:04 수정 2012.10.11 06:42
사료·분뇨처리비 급증에 대기업도 진출…영세농 `고사 위기'
수입 재고 쌓이고 가격 급락…불황 여파로 소비도 급감
< ※편집자주 = 국내 축산 농가에 총체적인 위기가 닥쳤다. 사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소·돼지·닭고기 값은 '뚝' 떨어졌다. 전국의 한우 사육두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는 급감했다. 축산농가에서는 '키울수록 손해'라는 탄식과 함께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축산업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축산업에 닥친 위기의 원인과 실태, 대책 등을 4회에 걸쳐 점검한다 >
(청주=연합뉴스) 황정현 기자 = 축산농가들은 지금 '5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축산물 수입에 따라 국내 자급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기업까지 축산업에 진출하면서 경쟁력에서 밀리는 영세 농가들의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사료값 상승, 분료처리비 증가 등 생산비 '폭탄'까지 맞았지만 과잉 공급으로 축산물 가격은 급락, 키울수록 손해인 구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축산물 소비마저 줄면서 만성적인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대대로 이어온 가업이었던 축산을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무분별한 수입에 재고 쌓여…축산농가 `죽을 맛'
지난 9일 충북 청원군에서 만난 임성기(44)씨는 정부가 내놓은 돼지고기 수입정책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구제역 파동 이후 대부분의 양돈 농가가 재입식에 나서면서 국내산 돼지고기 출하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는데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행락철 수급 불안에 대비하겠다며 지난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삼겹살에 적용하는 할당 관세를 연장했다.
17년째 돼지를 사육해왔다는 임씨는 "가뜩이나 돼지고기 자급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확실한 실태조사 한 번 없이 수입만 하면 양돈농가는 어쩌란 말이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돼지고기 자급률은 60.3%로 전년보다 20.6%포인트 급락했다.
돼지고기의 대체 음식인 쇠고기와 닭고기 자급률도 각각 42.8%, 77.4%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달 초 돼지고기 지육 도매가격은 2천675원으로, 올해 초(최고가 5천879원)보다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가격 폭락에 수입 삼겹살은 방출되지 않고 재고로 묶여 있는 상태다.
임씨는 "식량은 '안보' 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정부는 자꾸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려 한다"고 푸념했다.
◇대기업 진출 본격화…영세 농가 '엎친 데 덮친 격'
정부는 2010년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을 전면 허용했다. 규모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과 기술·경영혁신을 통해 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영세 축산농가들은 "골목 빵집을 장악한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경영이 축산업에까지 뻗치면서 영세 농가들의 삶의 터전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만 마리의 닭을 키우는 한모(59·청원군)씨는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농가들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축산농가들이 점차 자영을 포기하고 대기업 계열사에 편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축산업 종사자로서의 자부심은 사라지고, 단순한 임금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에서 밀려 폐업하는 영세농가들도 점차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한·육우 사육농가는 2010년 17만2천69농가였던 것이 작년 16만2천929농가로 줄었고, 올해 9월말 현재 15만2천556농가로 감소했다. 해마다 1만여 농가가 한우 사육을 포기하고 있다.
양돈업자인 임모씨는 "양계업에 진출, 절반 이상을 장악한 대기업들이 이제는 소와 돼지 사육에도 공격적으로 침투하고 있다"며 "자본 경쟁에서 밀리는 영세 축산농가는 대대로 이어온 가업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축산농가들은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대기업이 무너지게 되면 국내 축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치솟는 '곡물가'에 사료가격 폭등…"키울수록 손해"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사료값 인상도 농가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47년 동안 한우 사육을 천직으로 삼아온 임영기(71)씨는 "2년 전에는 소 100마리당 한 달 평균 사료값이 400∼500만원 들었는데 올해는 800만원까지 뛰었다"며 "두 배 가까이 오른 사료값 때문에 하루 세 번 주던 사료를 두 번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돼지 사육 농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성순 청원양돈영농조합 지부장은 "사료 값이 올해만 4차례 올랐다. 돼지 2천두를 키우는데 드는 사료값만 한 달에 5천만원이 넘는다"며 "지난해보다 1천만원 가량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지부장은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팔아봤자 손해만 나는 구조"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르면 12월께 곡물가격이 또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축산농가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돼지와 닭의 경우 곡물 이외에는 대체 사료도 마땅치않아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는 게 축산업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해양투기 중단…가중된 분뇨 처리비도 `족쇄'
올해부터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된 것도 축산농가들의 생산비를 가중시키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2010년 말 해양투기된 가축분뇨는 48만6천t으로, 전체 축산분뇨 배출량의 11%를 차지했다.
해양투기 중단에 따라 축산분뇨 대체 처리가 축산농가들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경남의 18개 시ㆍ군 가운데 가축 분뇨 공공처리시설을 가동 중인 곳은 고작 8개 시·군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역은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청원양돈영농조합 장 지부장은 "자체 분뇨처리장을 갖춘 농가는 1t당 2만원의 분뇨 처리 비용 들지만 그렇지 못한 농가는 그 두 배인 4만원 가량이 든다"며 "해양투기 금지에 따라 분뇨처리비 부담이 더욱 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에는 땅에 매립할 수도 없어 분뇨처리시설이 필수인데, 주민 반발이 심해 분뇨처리장 건립지를 찾는 것조차 힘들다"며 "대책 마련도 하지 않고 해양투기만 서둘러 금지한 것은 축산농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경제 불황에 판매마저 감소…가격 급락
지난 1∼9월 롯데마트에서 판매된 돼지고기는 지난해 대비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름 휴가철에도 고작 0.7% 늘어났을 뿐이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의 삼겹살 가격도 지난해 9월 넷째주 대비 27% 정도 하락했고, 이마트도 17.6%가량 떨어진 상태다.
청주에 사는 주부 조모(31·여)씨는 "돼지 가격은 떨어졌다는데 시중에서 파는 삼겹살 가격은 그대로"라며 "뭔가 손해 보는 기분도 들고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아 한 달에 한 번 정도 사먹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축산물 소비촉진운동을 벌이는 것도 역설적으로 소비가 부진하다는 방증이다.
충북도는 매주 금요일을 '한우 먹는 날'로 지정했으며, 롯데마트는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웰빙 브랜드 삼겹살' 행사를 열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더욱 적극적인 국산 고기 소비촉진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swe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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