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날 줄 모르는 유로존 경기…짐 싸는 다국적 기업들

2012. 12. 7. 09:01지구촌 소식

살아날 줄 모르는 유로존 경기…짐 싸는 다국적 기업들

조선비즈 | 유진우 기자 | 입력 2012.12.06 17:17

 

지난달에도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유럽 경기가 계속 침체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시장 철수를 결정할 정도로 전망이 어둡다.

유로존 경기, 10개월째 위축…소비심리 얼어붙어

5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유로존의 11월 종합 구매관리자 지수(PMI)가 전달 46.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국면임을, 50을 넘으면 확장국면임을 뜻한다. 유로존 경기는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으로 위축되고 있다. 거의 1년 가까이 제조업과 서비스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전망도 좋지 않다. 조사를 주관한 마르키트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기가 4분기에는 지금보다 더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경기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소매판매도 줄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이날 10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1.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 0.2% 감소보다 훨씬 부진한 수준으로, 최근 6개월 새 가장 큰 감소폭이다. 특히 식음료와 담배 판매가 0.8% 감소하고, 의류와 가구, 의료품을 포함한 비식품 판매가 1.4%나 감소해 생활필수품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전문가를 인용해 "유로존 경제에서 이번 4분기는 최악의 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ECB가 금리인하 등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유럽 전역의 경기가 내년 초까지 침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7일 보고서에서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0.4%, 내년에는 -0.1%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 글로벌 기업들 철수 줄이어…악순환 계속

경기 전망이 좀처럼 나아질 줄을 모르자, 유로화 출범과 함께 몰려들었던 다국적 기업들도 유럽에서 손을 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기스와 크리넥스를 만드는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킴벌리 클라크(Kimberly-Clark)는 더 이상 유럽에서 기저귀 사업을 벌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Alcoa) 역시 유럽 지역에서 수백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밝히고, 독일과 헝가리, 이탈리아 내 사업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는 오는 2014년 말까지 벨기에 헹크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유럽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재정불량국으로 불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는 유로존 기업들마저 철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구찌 등을 소유한 프랑스의 글로벌 명품 그룹인 페페에르(PPR)는 의류와 액세서리 부문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철수하기로 했다.

독일의 제약업체 머크는 스페인 사업부에서 20%의 감원계획을 밝혔고, 영국의 대형 식품업체인 콤파스 그룹은 포르투갈에 있는 레스토랑 체인점 수를 크게 줄였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투자자들은 시리아이집트 등 중동의 전쟁지역보다 그리스나 스페인이 투자하기 더 위험한 곳으로 생각한다"며 "유로존을 떠나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경우, 경기침체(리세션·recession)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유로존 국가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