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안 계절이 사라진다?'…패션산업 잡아먹는 하마는 '기후변화'

2012. 12. 16. 10:47이슈 뉴스스크랩

'옷장안 계절이 사라진다?'…패션산업 잡아먹는 하마는 '기후변화'

뉴시스 | 배민욱 | 입력 2012.12.15 05:03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2012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제 우리들의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난히 따뜻했던 1년전 겨울부터 몇주전 미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샌디까지 모든 것이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분명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우리들의 옷장 속이다.

15일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옷장 안에서 계절이 사라지고 있다. 춘하추동은 이미 옛 말이다. 사계절의 차이가 희미해지고 있어 어쩌면 우리는 조만간 일년 내내 비슷한 옷들을 입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여름 기온이 10월까지 이어진다면 계절별로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는 의류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달력이 가을을 가리키는데도 바깥 기온이 여전히 27도를 웃돌고 있다면 두툼한 스웨터를 구입하러 쇼핑에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비교적 훈훈한 겨울을 보낸 영국에서는 겨울 외투 판매가 저조해 의류업체들이 울상을 지었다. 실제로 가장 따뜻한 유럽의 겨울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지난해에 몇몇 의류업체들은 기록적인 판매 저조 현상을 겪기도 했다.

스포츠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재빨리 매장내 겨울 의류들을 치우고 대신 티셔츠를 진열하기도 했다. 예년 같았으면 두툼한 스웨터들이 다 팔려나가고 없었을 자리다.

기후변화는 계절에 따라 신상품을 출시하는 의류업계에는 불행한 소식이다. 보통 의류업체들이 계절별로 신상품을 매장에 진열하고 정가에 판매하는 기간은 12주 정도다. 가을 시즌 의류가 10월 중순까지 잘 팔리지 않는다면 의류업체들의 매출은 줄 수밖에 없다.

겨울옷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면 양모 가공, 원단 생산, 의류 도매업에 이르기까지 의류산업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몇몇 의류회사들은 이미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원단 구매 주기를 찾아내기 위해 기후학자나 기상학자를 고용한 회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수영복을 1년 내내 판매하는 회사가 생겨난 것도 비슷한 경우다.

의류산업이 기후변화로 타격을 입고 있지만 기후변화에는 의류산업의 책임도 크다. 다국적 의류기업과 원단이나 섬유 관련 산업은 그동안 수천조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환경과 기후를 보호하는 데는 인색하다.

이들이 만들어낸 부드러운 블라우스나 고급스런 신발들은 모두 무분별한 천연재료 채취, 온실가스를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 지역 공동체의 자원과 물 남용 등의 결과다.

최근 미국인들은 H & M이나 포에버21과 같은 SPA브랜드(자사의 기획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해서 유통까지 하는 전문 업체)를 통해 점점 더 값이싼 옷을 자주 사 입는다. 이런 옷들은 당연히 친환경적이지 않다. 불편한 진실은 이러한 소비방식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전 세대가 소비했던 것보다 더 많은 옷을 사 입고 있다. 대부분 몇번 입고 버릴 수 있는 저렴한 패스트 패션들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가뭄 등으로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면 식물섬유 생산량 역시 영향을 받는다"며 "화학섬유의 경우 석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가격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kb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