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정쟁'에 등 터지는 국민

2013. 10. 9. 21:25지구촌 소식

美 '셧다운 정쟁'에 등 터지는 국민

순직병사 가족 위로금 못받아
트럭기사 도로점거 시위 예고
정치권은 지루한 ‘네탓 공방’만
세계일보 | 입력 2013.10.09 19:38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으로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숨진 미군 병사 17명의 가족에 대한 사망위로금 등이 지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럭 운전자 3000여명은 셧다운 사태와 저임금 등에 항의해 오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변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를 예고했다. 정치권은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며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8일 미 언론에 따르면 의회가 셧다운 전 군부대에는 예산을 정상 지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순직자 가족에 대한 위로금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아프간에서 전투 중 숨진 4명을 비롯해 미군 17명의 가족이 정상적이라면 사흘 안에 주어졌을 10만달러의 사망위로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성조기에 덮인 관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장소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까지 가는 항공요금도 정부가 부담해 주지 못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병사 가족이 장례비 등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셧다운에 항의하는 트럭 운전자들' 소속 3000여명은 저임금과 규제, 셧다운 및 부채상한 정쟁 등에 대한 항의 뜻으로 11일부터 3일간 워싱턴 주변에서 점거 시위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트럭을 몰고 495번 고속도로 3개 차선을 55마일(시속 약 88㎞)로 달릴 계획이어서 극심한 교통혼잡이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오전 통화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상대방 비난에만 열을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1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모든 현안에 대해 어느 정당, 정치인과도 기꺼이 대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예산안 통과를 위해 몸값을 지불할 수는 없다. 이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회가 정부 문을 열고 부채 한도를 올린 뒤에는 협상할 수 있다"면서도 "의회가 협상에 필요한 6주 정도 짧은 기간만이라도 그렇게 한다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타협 여지를 내비쳤다.

베이너 의장은 "국민은 정치 지도자들이 앉아 대화하길 바라고 나도 그런 대화를 기대한다"면서 "대통령은 우리가 무조건 항복하면 대화하겠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측은 최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상·하원이 참여하는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협상할 것을 제안했으나 민주당과 백악관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