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100만원 벌어 31만원 빚 갚는다

2015. 6. 22. 20:5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서민들, 100만원 벌어 31만원 빚 갚는다

 

1분위 계층 1분기에 31.4% 상환

고소득자에 비해 빚 부담 급증

저금리 영향 생계자금 대출 늘어

소비 여력 제한, 내수 침체 가속

서민층의 가계빚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계층의 가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 비중이 올 1분기 3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계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저소득층의 빚부담이 고소득층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어 소득계층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인신용정보업체 KCB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소득 1분위의 가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 비율은 31.4%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벌면 31만4000원은 빚 갚는 데 쓴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29.8%와 비교해 석 달 새 1.6%포인트 증가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2.7%포인트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 속도다. 기준금리가 연 1.5%까지 낮아짐에 따라 저금리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저소득층이 생계 자금을 대출받거나 거주 목적의 주택 매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가장 고소득층인 5분위의 원리금 상환부담 비율은 올 1분기 18.0%로 지난해 말 18.3%보다 오히려 0.3%포인트 줄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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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가계빚 지표인 가계신용은 올 1분기 1099조3000억원을 기록했고, 4월 들어서만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10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전체 가계대출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층에서 빚부담이 빠르게 늘면 소비여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부양책을 펴더라도 침체된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빚부담이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민간소비 확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대출 비중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가계대출에서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해 2009년 32.4%에서 2014년 말 35.3%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부채 상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9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한국의 시장금리가 따라 올라갈 경우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빠르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대출 가운데 70%가량이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통해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려 했지만, 당장 원금을 갚아나갈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지 못한 상황이다.

임 실장은 “앞으로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서비스업 등 생산성이 낮은 업종 종사자가 많은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은 고소득층보다 늦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저소득층은 가계부채, 노후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저축을 더 늘려야 할 계층이다. 저소득층에게는 저축을 장려하되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소비를 촉진하는 맞춤형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