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기업, 반도체 빼곤 수익 추락

2018. 5. 19. 19:50C.E.O 경영 자료



수출대기업, 반도체 빼곤 수익 추락

  • 양모듬 기자



  • 입력 : 2018.05.19 03:09

    한국 수출 증가율, 세계 교역 증가율 밑돌고 있다

    1분기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업종
    올 들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대기업의 수익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대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본격화되고 있는 조짐으로 보인다.

    18일 본지가 2012~2018년의 각 1분기(1~3월) 유가증권 시장 상장회사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형 수출기업의 부진이 뚜렷하게 관측됐다. 매출액 상위 20개 기업 중 합병·분할 등의 이슈가 없었던 19개사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보다 11개사의 영업이익이 줄었다. 순이익이 감소한 회사도 13개사에 달한다. 업종별 순이익 감소율은 기계업이 85.06%, 전기·가스업이 72.84%, 철강·금속업이 26.27%에 달했다. 상위 19개사 중 3분의 2에 가까운 12개사는 영업이익 증감률이 작년 1분기보다 낮아졌다. 영업이익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세가 가팔라졌다는 뜻이다.

    매출액 3위 현대자동차는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5%, 48.0% 감소한 '어닝 쇼크'를 겪었다. 원화 강세와 미·중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7위인 기아자동차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9.1%, 43.6%, 12위 현대모비스는 각각 32.7%, 38.9% 줄었다. 매출 18위 LG디스플레이는 LCD 산업 공급 과잉으로 인해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매출 상위 20위 상장사의 영업이익 비중은 2012년 1분기 48%에서 올해 1분기 33%로 급감했다. 매출 상위 2~10위 상장사의 영업이익 비중도 같은 기간 36%에서 17%로 크게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실적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2012년 1분기~2018년 1분기 상장사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13%를 오가며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서 37%로 치솟았다. 특히 올해 1분기의 경우 매출액 상위 20개 기업 중 2~19위를 다 더해도 삼성전자 순익에 못 미쳤다.

    반도체 외 수출 부진이 실적에 반영돼

    대형 상장사의 성적 부진은 반도체 이외 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에 있다. 1980~2013년까지는 네 차례(1985· 1989·1990, 2001년)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항상 세계 교역 신장률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후 중국 등 강력한 경쟁자가 부상하면서 우리 경제의 수출증가율은 2014년 이후 줄곧 세계 교역 증가세를 밑돌고 있다. 수출이 빠르게 늘었던 지난해에도 한국의 상품 수출(실질 국내총생산 중 재화 수출) 증가율은 3.8%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밝힌 지난해 세계교역 신장률(4.2%)보다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상품 수출 증가율(3.6%)도 IMF의 세계교역 신장률(4.0%)보다 낮다. 5년 연속 우리 수출 증가율이 세계 교역 신장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018년 1분기 매출 상위 10개 기업 외
    고용 효과 높은 업종은 지지부진

    대기업 실적 부진은 급여가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업종별로 보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산업보다 고용 효과가 떨어지는 산업이 수익이 좋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17개 업종(유가증권시장 분류 기준) 가운데 1분기 영업이익이 가장 높았던 건 전기·전자 업종이다. 전기·전자 업종은 1분기 15조9404억원의 영업이익(개별 기준)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66.4%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전기·전자 업종은 자동화 등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작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10억원어치를 만들 때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취업자 숫자는 12.5명이다. 하지만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반도체가 3.6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비롯해 전기장비 업종 전체로도 8.3명에 머무르는 등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10억원어치를 생산할 때 만들어 내는 취업자 숫자가 25.2명인 육상운송서비스 업종, 14.6명인 창고 및 운송보조서비스 업종 등의 1분기 영업이익(운수창고업 기준)은 작년 1분기 대비 8.4% 줄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은 업종의 실적만 두드러지는 만큼 향후 고용 여건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며 "규제 완화 등으로 신규 사업에 대한 문호를 열어야 고용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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