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6일. 민주노총 등 52개 진보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은 국회 앞에서 ‘2018 민중요구안 발표 및 전국민중대회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이 제시한 개혁과제와 공약 이행을 미루고 재벌ㆍ경제ㆍ노동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ㆍ야ㆍ정 대표가 합의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대해 "개악"이라며, 12월 1일 전국민중대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가 처한 노동 관계를 보면 ‘노무현 시즌 2’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청와대’엔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는데다 두 정부 모두 보수정부에 비해 친노동 성향이 짙지만 실제 관계는 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02년 12월 거리유세에서 “파업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며 노동계의 표를 호소했다. 공약도 비정규직 개선, 공권력 투입 자제, 일방적 공기업 민영화 철회 등이었다
당선 직후엔 민주노총을 직접 찾아 “현재는 경제계가 힘이 세지만 향후 5년간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에도 ‘기간제법(2년) 처리’,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노동계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도입을 두고선 전국교직원노조가 “사생활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노 전 대통령도 “노조의 특혜를 없애야 한다”, “정부 길들이기식 파업은 용납 못한다”는 취지로 강하게 대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한 상황도 노무현 정부 때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의 공약은 주 52시간 노동, 비정규직 차별금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친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당선 직후 분위기도 좋았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5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은 의미가 크다”,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만나자”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올들어 상황이 점차 바뀌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이 주최한 결의대회가 서울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탄력근로제에 대한 불만 뿐 아니라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입법화해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노동계의 불만이 점차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동계를 향한 청와대와 여당의 최근 발언 수위도 높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7일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노동계도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대화에 참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