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 화재참사

2008. 1. 9. 00:32이슈 뉴스스크랩

 금속배관 휘고 뼈대만 앙상한채 전부 타 '참담'

신발 휴대폰 널브러져… 최후에 환기구로 몰린듯

흉물이 따로 없었다. 화마로 40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물류단지 내 냉동물류창고는 화재 발생 12시간을 넘긴 8일 새벽이 돼서야 연기가 잠잠해지며 그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벽과 기둥을 따라 붙어 있던 금속 배관은 엿가락처럼 늘어져 뒤틀려 있었고, 창고의 뼈대 역할을 하는 철제 빔은 그을린 채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사고 현장 내부 바닥은 천장과 벽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함석들이 나뒹굴었다.

소방대원과 경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 새벽부터 시신 발굴 및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만 해도 138명의 소방대원들이 오전 2시부터 7차례에 걸쳐 5명 이상이 한 조를 이뤄 잿더미가 된 창고 내부를 수시로 점검했다.

때때로 “사망자의 발가락으로 보이는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무전기를 통해 전달될 때마다 대원들은 더 분주히 움직였다. 현장 통제를 하던 수원 중부경찰서 박상수 방범순찰대장은 “예상했던 시신은 다 수습했지만 혹시라도 (시신이) 더 나올 수 있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고 있는 지하 1층 기계실과 그 주변에서는 희생자 40명 중 무려 35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희생자들은 당시 각각 무리를 이뤄 용접, 에어컨 설치, 배관작업, 전기공사 등 4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공사 인력이 많이 몰려 있었던 만큼 사망자도 가장 많았던 것이다.

현장에는 사망자들의 유품으로 보이는 신발 휴대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기계실 옆 통로에서는 작업을 위해 사용된 용접기 2대가 발견됐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이 화염을 피하기 위해 몰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환기구 주변에서는 아직도 희생자들의 ‘살려 달라’는 비명이 들리는 듯 했다.

지하 1층의 천장에 해당하는 지상 아스팔트에는 소방대원들이 호스로 물을 붓기 위해 뚫어 놓았던 구멍이 휑하게 보였다. 용인소방서 소속 김형중 소방장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허탈해 했다.

이날 오후가 되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소방방재청 화재조사반,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현장 감식에 착수했다. 감식반은 당분간 이 곳에 머물며 정확한 발화 원인과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소속 임종민 팀장은 “화재 원인이 한 가지만 있으란 법은 없다”며 전기 배선에 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원태 국과수 소장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기 위해 감식 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슈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시(詩)모음  (0) 2008.01.11
공기업매각  (0) 2008.01.09
출자총액제한제도  (0) 2008.01.07
앰보경보 안양 실종된 어린이  (0) 2008.01.06
달라지는 제도  (0) 2008.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