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디플레 현상

2008. 9. 19. 18:4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기사입력 2008-09-19 11:47 이경탑 hangang@asiaeconomy.co.kr
# 회사원인 김모(53)씨는 1년 전 아파트 중도금을 낼 돈으로 준비한 2억원을 펀드에 넣었다. 친구들이 40%의 수익을 내는 걸 본 그는 1년 동안만 이 돈을 굴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펀드 수익률이 50%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2억이었던 투자금액은 9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중도금을 메우기 위해 시중은행을 찾아 대출을 문의했으나 금리가 너무 올랐을 뿐더러 대출 자체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호의적이었던 저축은행들도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로 연체율이 높아졌다며 대출을 거절했다.

#서울시 신정동에 살고 있는 이모(40)씨는 요즘 삶이 팍팍하다 못해 비관적이라고 말한다. 1년전 중견 IT업체에서 퇴직금으로 받은 1억원에 은행돈 등을 보태 음식물건조기 대리점을 시작했지만 현재 사무실을 계속 꾸릴 지 말 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구청의 음식물건조기 지원사업 덕에 사무실 임대료를 제하고서도 퇴직전 월급 정도는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지만 7월 이후 3개월째 단 한 대도 팔지 못하고 있다.

안전자산이 줄어들면서 시중에 돈가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 펀드 등 투자했던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며 가계 유동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자산 디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한 것.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불과 10개월 만에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수가 고점(2085.45P)을 찍었던 지난 해 11월1일 1028조5955억원에 달했던 코스피 시가총액은 연중 최저점(1366.88p)을 찍은 전날 708조5084억원 수준으로 31% 이상 감소했다. 300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셈이다.

펀드 수익률 악화도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설정액이 3조원이 넘는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K- 2Class A',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주식 1(A)' 등은 최근 한 달 새 10%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수익률은 마이너스 20%대다. 갑작스러운 펀드 수익률 악화로 대부분의 가입자가 환매 타이밍마저 놓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펀드를 보유만 하고 있는 상황.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치솟던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가격 상승세가 주춤거리더니 이제는 거래마저 거의 끊겼다.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구입한 소비자는 금리 인상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주요 지표인 국고채3년물 금리는 2년 전 4.70%에서 전일 5.89%까지 올랐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역시 4.63%에서 5.79%로 급상승,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산가치는 감소하고 이자 부담은 늘어나면서 가계 대출은 급증하는 추세다. 가계 대출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4조원 가까이 늘었다. 7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498조8000억원. 우리 국민 1인당 1000만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가 갖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대출은 늘고 이자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는 악순환 고리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시중의 돈이 말라가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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