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가락시장 방문

2008. 12. 5. 09:3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노점 할머니도 울고 대통령도 울었다

중앙일보  기사전송 2008-12-05 03:35 | 최종수정 2008-12-05 09:07 

[중앙일보 서승욱.오종택] 4일 새벽 이명박 대통령이 가랑비 내리는 가락시장을 방문했다.

“연말에 민생 현장을 한번 찾아보자”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3일 저녁에야 ‘가락시장’으로 장소가 결정됐다.

오전 5시30분 점퍼 차림의 이 대통령을 기다린 건 상처받은 민심이었다.

무와 시래기를 파는 노점상 할머니 박부자씨는 “너무 어렵다”며 이 대통령의 팔을 잡고 울었다. 이 대통령은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고 박씨는 “2만원, 많이 팔면 3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20년 쓰던 목도리다. 아까워도 줘야겠다”며 자신이 매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줬다. 그러면서 “하다 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을 줘요. 대통령한테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라고 위로했다. 한 묶음에 5000원하는 시래기 네 묶음을 사며 이 대통령이 2만원을 건네자 할머니가 돈을 안 받겠다고 버텨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침식사를 위해 들른 해장국 집에서 이 대통령은 “(노점상) 할머니가 대통령 잘되길 바라며 기도한다는데, 눈물이 난다.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하니…”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에게 “식사들은 하셨는가”라고 묻자 “아이, 돈을 못 벌어 밥도 못 먹게 됐다”는 탄식이 돌아왔다.


배추가게 앞. 이번에도 “장사가 너무 안돼서 못 먹고 살 정도다”란 배추상인의 하소연이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현지에서 배춧값이 너무 떨어져서…어떨 땐 너무 많이 올라 소비자들이 어렵고, 이번엔 생산자들이 어렵고…”라고 했다. 또 세 포기(10㎏)에 3500원하는 배추 500포기를 구입할 때 주변에선 “싸게 주세요”라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정가(定價)로 주세요”라고 했다.

“서민들 잘살게 해주세요” “진짜 장사 안돼요”라는 얘기는 이날 이 대통령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상인들은 쓰레기 단속이 너무 강력하다며 “시장이 너무 깨끗하면 안 돼요”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편하게 하지 말고 상인들이 편하게 해야 한다. 내가 서울시장에게 말해 줄게요”라고 답했다. 커피를 들고 난로 옆에서 나눈 농민들과의 대화 분위기도 밝지 않았다.

▶농민=“농산물 값이 최악이다.”

▶이 대통령=“옛날에는 우리만 어려우니까 물건 내다팔 수 있는데 지금은 세계가 다 어려우니까 물건 내보낼 데도 없어. 그래서 내년 한 해를 어떻게 견디느냐…. 내수를 좀 진작해서, 내년엔 기름값도 떨어지고 하니까 그런 점은 유리해질 것이고….”

청와대로 돌아가는 길, 이 대통령은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노점상 할머니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참모들에게 “하루 2만, 3만원을 버는 그렇게 형편이 어려운 분도 그토록 나라 걱정을 하더라…정말 크게 감동받았다”고 토로했다.

서승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