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시대에는 거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2009. 1. 16. 09:41C.E.O 경영 자료

풍요시대에는 거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상인들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컨설턴트

 

근면과 끈기의 상징인 소의 해인 기축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면 건강을 위해 금연을 하는 등 새로운 기분으로 희망을 향한 목표나 계획을 세우고 결연한 각오를 다지기 마련이다.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의 생활경제는 대한민국 서민생활의 척도이자 바로미터다. 이들 자영업자들은 올해 어떠한 꿈을 품고 있을까? 자식교육, 내집마련, 끼니걱정 없는 가계유지 등 소박한 꿈의 성취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가을 불청객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미국발 금융위기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경기는 하반기에 가서나 회복될 것이며, 마이너스 성장을 가까스로 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자영업도 구조조정과 퇴출기업의 증가 등으로 인한 소비위축 여파로 매출부진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며칠 전 컨설팅 업무관계상 가락시장에서 오랜 세월 축산유통업을 하는 50대 중반의 사장님을 만났다. 그런데 이 분은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게 아니라 담담하게 "위기는 곧 기회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기회는 많아진다"고 미소를 띠면서 이야기했다.

이 분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빛을 발하는 가락시장 상인들의 얘기를 전했다. 그들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다른 상인들보다 축산농가에게 후한 값을 쳐주면서 좋은 물건을 확보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렇게 만난 축산 농가들은 상품이 달리는 호황일 때 다른 상인들보다 우선적으로 물량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물량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게 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 소의 출생에서부터 도축과정과 유통, 최종소비자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상품을 알아볼 수 있다. 축산농부들의 인성만 보아도 좋은 한우인지 구별할 수 있는 그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소는 도축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수십kg 감량되기도 한다. 한 트럭에 소 몇 마리 분량 정도는 운송과정에 도둑맞는 꼴이 되는 셈이다. 소가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품질등급이 떨어져 가격을 후하게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다양한 변수나 현상들 때문에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분의 주요 판매 거래처인 외식업소나 소매유통업체는 불황일수록 가격경쟁보다는 우수한 품질의 상품으로 신뢰도를 구축하기 때문에 판매에도 효과적이다. 현금거래가 많은 축산유통업의 경우 평소 금전관리나 신용상태의 관리 등 자기관리에 철저하면 위기는 자연스럽게 기회로 다가온다.

하루하루 생활에 급급한 자영업자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처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아이디어나 신상품개발, 서비스 등을 사업에 접목시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에는 한마디로 역부족이다. 스스로 판단을 잘못하면 자연스런 퇴출로 이어지게 된다. 평소 자신의 사업에 대한 연구나 혁신을 시도하기도 어렵다. 정부지원기관에서 시도하는 교육 등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도 위기를 극복하려면 최소한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부처인 중소기업청에서는 1월12일부터 자영업자들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서비스인 자영업컨설팅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신청을 하면 전문가가 업소를 방문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해 주는 제도다.

산하기관인 소상공인진흥원에서는 방문이 어려운 자영업자를 위해 인터넷을 활용한 e-러닝센터도 개설했다. 경영개선 자금지원도 2명의 연대보증을 세우던 제도를 올해부터 폐지하고 순수 신용만으로 경영개선자금을 지원해 준다. 스스로 고민하기 보다는 정부나 관련기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삶의 지혜다.

근면과 끈기의 정신으로 희망의 끈을 잡아라. "난세에 영웅이 나고 불황에 거상이 난다"는 말은 어려운 시기에 지도자나 정치인은 민심을 잡아야 영웅이 되고, 사업가는 소비심리를 잡아야 거상이 된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우리 국민들은 10년 전 환란 때도 위기를 잘 극복한 저력이 있다. 자영업계에도 경제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실패, 부도 등의 위기를 잘 극복한 사례가 많다. 노숙자의 처지에서 8년 만에 130개 가맹점에 본사 매출만 130억원 규모의 프랜차이즈기업으로 성장한 치어스 정한 대표 등 성공한 CEO 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이들을 거울삼아 다시 한번 시작해 볼 때다. 풍요시대에는 결코 영웅이나 거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 맞이한 기축년에는 우리 600만 자영업자들도 소가 상징하는 근면과 끈기의 정신으로 밝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거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