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2조4000억 빌려 생활비 썼다

2009. 6. 17. 12:4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가계 대출이 석달 째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늘면서 ‘빨간 불’이 켜졌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쓰는 가구가 많은 현 상황에서 비은행권은 은행권보다 이자 부담이 커 가계의 부실 우려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17일 한국은행의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519조791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4542억원(0.5%) 증가했다. 이 중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126조3651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1466억원(0.9%) 늘어나면서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의 이같은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2007년 6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1년 11개월째 증가세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는 썩 달가운 일이 아니다.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은 은행보다 대출이자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커진다. 또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가계 대출은 감소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전년대비 2.07%의 증가세를 보였다. 2007년에 11.60%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가계 부실 위험성을 높인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의 용도별 비중을 보면 주택 구입자금으로 쓰는 경우는 39%로 전년 동기 50%에서 크게 줄었다. 이는 집을 담보로 생활비 등 각종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연체율 증가에서도 알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 부도율은 2.55%로 최근 1년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가계 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 부담도 사상 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이자 부담은 6만49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1% 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계 부실이 결국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하반기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저소득자의 경우 조건을 더욱 완화해 대출 늘리고, 금리 부담 낮춰주는 등의 정책이 바람직하지만 지금 늘고 있는 부동산 대출은 좀 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주택담보대출로 싸게 빌릴 수 있으니까 가계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가계신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가계 대출 증가는 향후 문제를 키우는 것”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제제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