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도입 1년... 기숙사형은 단 5채뿐

2010. 3. 27. 12:04건축 정보 자료실

도시형생활주택 도입 1년... 기숙사형은 단 5채뿐
[오마이뉴스] 2010년 03월 26일(금) 오후 10:01   가| 이메일| 프린트
[오마이뉴스 최지용 기자]
도시형생활주택 기숙사형과 고시원
ⓒ 최지용



'도시형생활주택'이 도입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보급량이 미비해 연간 2만여 세대를 보급하겠다는 서울시의 당초 계획에는 미치고 못하고 있다. 반면 도시형생활주택보다 인·허가가 쉽고 건축·운영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고시원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땅 값 비싸 수익 안 나는 기숙사형, 누가 짓나


지난해 4월부터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은 늘어나는 도시 서민과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으로 도시지역에만 들어설 수 있는 새로운 주거 형태다. 욕실과 부엌이 설치 된 원룸형(12~30㎡)과 취사, 세탁, 휴게시설을 공공으로 사용하는 기숙사형(7~20㎡)으로 보급된다.


서울시청 주택공급과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은 현재 원룸형이 총 14개 구에 각각 1~3개 정도씩 총 24개 동이 있고 기숙사형은 성북구에 한 곳, 관악구에 두 곳이다.


26일 관련 구청에 확인해 보니 성북구에 있는 기숙사형 주택은 전체 22세대 가운데 5세대만 기숙사형이었고 나머지는 원룸형이었다. 또 관악구의 기숙사형 주택 2개 동은 건축 신청만 되어 있고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아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보급된 기숙사 형태의 도시형생활주택은 성북구에 5세대뿐이다.


도시형생활주택 가운데 특히나 기숙사형의 보급이 미진한 이유는 높은 땅값과 150세대 미만으로 건설하게 되어 있는 세대 수 제한 때문이다. 최근 1~2인 가구의 주택수요가 늘면서 소형주택 대상 부지의 땅 값이 크게 올랐고 이것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들어설 만한 역세권과 도심지역도 마찬가지다.


4월 관악구에서 149세대 규모의 원룸형 생활주택을 분양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도 기숙사형 건설을 고려했지만 땅값이 비싸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분양 예정인 원룸형 주택의 경우 분양가는 1억4900만 원이고 임대를 할 경우에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5만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건설사에서 분양하는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은 7.9평이다. 주변 6.5평의 원룸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 원 정도다. 같은 위치에 평수가 작은 기숙사형 주택을 지었다면 주변 원룸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가와 임대료가 책정되는데 세대 수가 현재 149세대보다 늘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원룸은 분양하고 나면 건설사에서 할 일이 별로 없지만 기숙사형 같은 경우 공동 화장실이나 취사실 같은 시설을 계속 관리해야 하는 것도 업체로서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공사중인 도시형생활주택 신축공사 현장과 바로 인근에 위치한 고시원
ⓒ 최지용



별다른 규제 없는 고시원은 폭증


관악구에 건설 중인 도시형생활주택 바로 옆에 자리한 고시원의 임대료는 보증금 없이 월 40만 원이다. 2평(6.6㎡)의 공간에는 샤워를 할 수 있는 화장실도 포함되어 있다. 같은 크기에 화장실을 공공으로 사용해야 하는 방은 월 35만 원이다. 건물 한 층에 방이 30개가 있는데 빈 방 하나 없이 꽉 차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작년에 리모델링으로 방을 3개 더 늘렸다"며 "역 주변이어서 근처에 고시원이 꽤 많은데 빈 방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서울에 330개의 고시원이 새로 건축 인·허가를 받았고 그 객실 숫자는 9000개에 달한다. 고시원의 경우 건축 면적이 1000㎡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만 있고 각 실의 면적과 상관없이 얼마든지 쪼갤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건축 인·허가를 받기도 쉬워 고시원 사업자 수는 지난해에만 25%가 늘었다. 정부가 곧 고시원을 '준주택'으로 포함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어 고시원의 증가 추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2인 가구를 위한 주택보급 대책은?


서울시는 고시원을 기숙사주택으로 대체하려 했던 당초 계획을 수정해 고시원을 포함한 주택보급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소형주택 보급은 계속 활성화하고 고시원도 주택 기능을 강화해 보급을 늘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 건설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구단위계획(해당 지역 여건에 따라 건축물 높이, 용도, 용적률 등을 제한하는 것)에서 제외하는 조례가 올해 초 통과됐고 150가구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는 가구 수도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고시원에 대해서는 "증가를 억제하기보다는 객실의 최소 면적 등을 규제해 슬럼화를 막고 화재와 범죄 발생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