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에 올리는 기도', 50에 자유인 되다
2010. 4. 3. 09:22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쉰에 올리는 기도', 50에 자유인 되다
[머니위크 커버]베이비부머, 제2인생 쏘다/ 인생 3막론
-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입력 : 2010.03.30 10:03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콜럼버스의 뛰는 가슴으로 / 성을 쌓지 않는 칭기즈칸의 도전정신으로 / 늘 흐르는 물로, 머물지 않는 바람으로 / 한없이 너그럽게, 한없이 따스하게 / 육체는 스러지더라도 정신은 영원히 사는 / 그런 후반생이 되게 하소서
김성준 변호사의 <인생은 50부터>라는 책에 담겨 있는 ‘쉰에 올리는 기도’ 중 한 구절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하고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한 수재다. 오랜 검사 생활을 거쳐 지금은 한 법무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틈틈이 서울대학교 대학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고려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등 전문서적을 10여권 정도 펴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치열하게 50세까지의 인생을 살아 온 셈이다.
지난 2006년, 정확하게 그가 50세가 되던 해 그는 이 책을 출간했다. ‘일년을 일생처럼’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그는 “인생 후반기는 결코 내리막길이 아니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생의 묘미를 음미하며 원숙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절정기라는 것. 김성준 변호사를 만나 ‘행복한 인생 후반기’를 설계하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인생 3막-50대, 자유인이 되다
김 변호사는 "50대는 인생에서 정말 의미가 큰 시기"라고 말문을 연다.
은퇴를 맞이하면 30년 가까이 젊음을 바쳤던 평생의 직업이 바뀐다. 직업이 바뀌면 사회나 가정에서 나의 역할이나 지위도 함께 변화한다.
세대교체도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내 편이 돼주었던 부모 세대의 죽음을 목도하며 ‘가장 윗세대’로 자리바꿈을 한다. 부모 세대의 자리를 물려받음과 동시에 자녀 세대에게 내 자리를 물려주면 죽음 앞에서 ‘다음은 내 차례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내리막길이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위축이 된다. 겨우 인생을 알 것 같은데 다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는, 그래서 50대는 참 어려운 나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인생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것을 권한다. 인생을 25년 단위로 끊어서 삶의 시기를 바라보는 ‘인생 3막론’이다.
“젊어서 25세까지는 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기’입니다. 직업을 찾기 위해 공부하고 때로는 시험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합니다. 50세까지는 ‘인생의 전반기’입니다. 저도 그랬지만 아마 대부분 이 시기에는 ‘돈’이며 ‘출세’ 같은데 욕심을 부리곤 합니다. 그리고 50세부터 75세까지는 ‘인생의 후반기’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이나 ‘명예’가 결국엔 부질없다는 것도 알게 되고, 아무리 출세를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니 이 시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김 변호사 역시 자신의 인생사를 ‘인생 3막’에 맞춰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저에게 준비기는 중학교 입학시험부터 대입시험, 사법고시, 행정고시까지 온통 시험과 스트레스였습니다. 전반기에는 검사로서 범죄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게 제 일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보니까 저야말로 검사라는 제 직업에 묶여 25년을 갇혀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검사로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어마어마한 권력 앞에서 좌절한 일도 많습니다. 개인적인 저의 욕망이나 즐기고 싶은 많은 일들은 검사이기 때문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래서인지 인생 후반기는 정말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고 말한다.
“이렇게 인생을 25년 단위로 나눠놓고 보니 50세를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준비기를 제외하고 전반기와 후반기로 인생을 본다면 50세는 그야말로 한 가운데, 가장 정점 아닙니까. 저는 ‘위축되지 말자. 전혀 다른 인생으로 새롭게 살아보자’는 데서부터 인생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선 스스로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야?” 그러나 대답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절제하며 살았기에 꿈을 다시 찾는 일은 막연하기만 했다.
“그래도 자꾸 스스로를 설득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말문이 터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쏟아지더군요. 다 적어놓고 보니 20여가지가 됐습니다. 백화점식으로 이걸 다 해볼까, 아니면 선택과 집중을 할까. 이것도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답이 ‘지금까지 참고 살았으니 까짓 거 다 해보면서 살지’라고 나오더군요. 그래서 1년에 한가지씩, 일년을 어느 한사람의 일생처럼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살아보기로 했죠.”
1년을 일생처럼, 순간을 즐기며
50대를 맞이한 지 올해로 4년째. 그는 “올해는 ‘몸짱이 되는 게 목표”라며 근육이 탄탄한 자신의 팔에 힘을 주어 보인다.
“원래 몸짱은 처음에 다짐했던 20여가지 계획 중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자꾸 배가 나오고 몸매가 변해가니까 올해 몸짱 프로젝트를 끼워 넣었죠. 몸매가 좋아지는 게 보이면 운동하는 데도 신이 나요. 생활하는 데도 훨씬 더 활기차지는 것 같고.”
그의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첫해 미술 공부를 시작으로 1년에 한 가지씩 시와 음악을 차례로 공부했다. 내년에는 책의 개정판을 내는 게 목표다. 50대를 5년 동안 보내면서 느낀 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기 위함이다.
“미술을 공부하면서 고갱과 고흐, 모네를 너무 좋아하게 됐습니다. 요즘엔 유럽 여행을 가더라도 이들이 유명한 그림을 그렸던 장소를 찾아다닙니다. 미술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즐거움이죠. 음악 공부를 하면서는 계절마다 듣고 싶은 음악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애초에 다짐은 1년에 한 가지씩 즐기자는 것이었지만 그 기쁨은 1년의 기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보자면 그는 해마다 하나씩 즐거움과 행복을 늘려가는 셈이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일든 ‘지르고’ 봅니다. 미술 공부를 할 땐 미술사 책 50권을 책장에 사다 놓고 하나씩 읽어간다든지 하는 식이죠. 물론 길을 모를 때도 있습니다. 그땐 주변 사람에겐 열심히 물어보고 다닙니다. 음악 공부를 할 때가 그랬습니다. 주변 사람 한 분이 의사이면서 클래식 애호가인 박종호 씨가 쓴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를 권해주더라고요. 그 책에 나온 곡을 들으면서부터 음악을 진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꾸밈없이 행복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기자가 물었다. “스스로 인생 후반기를 보내면서 만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쯤 될까요?”
그러자 그가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로 시 한편을 또박또박 외워 읊는다.
“나 찾다가 / 텃밭에 / 흙 묻는 호미만 있거든 / 예쁜 여자랑 손잡고 / 섬진강 봄물을 따라 / 매화꽃 버러 간 줄 알그라”
김용택 시인의 시 ‘봄날’이다.
“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시에요. 얼마나 좋습니까. 제가 시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똥찬 즐거움을 모르고 죽을 뻔 했다는 거잖아요. 사실 제가 지금부터 음악이나 미술을 공부한다고 그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루고자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즐길 수 있다는 것, 지금 이렇게 시를 읊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이 행복은 점수로 매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거죠. 하하”
김성준 변호사의 <인생은 50부터>라는 책에 담겨 있는 ‘쉰에 올리는 기도’ 중 한 구절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하고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한 수재다. 오랜 검사 생활을 거쳐 지금은 한 법무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틈틈이 서울대학교 대학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고려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지난 2006년, 정확하게 그가 50세가 되던 해 그는 이 책을 출간했다. ‘일년을 일생처럼’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그는 “인생 후반기는 결코 내리막길이 아니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생의 묘미를 음미하며 원숙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절정기라는 것. 김성준 변호사를 만나 ‘행복한 인생 후반기’를 설계하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인생 3막-50대, 자유인이 되다
김 변호사는 "50대는 인생에서 정말 의미가 큰 시기"라고 말문을 연다.
은퇴를 맞이하면 30년 가까이 젊음을 바쳤던 평생의 직업이 바뀐다. 직업이 바뀌면 사회나 가정에서 나의 역할이나 지위도 함께 변화한다.
세대교체도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내 편이 돼주었던 부모 세대의 죽음을 목도하며 ‘가장 윗세대’로 자리바꿈을 한다. 부모 세대의 자리를 물려받음과 동시에 자녀 세대에게 내 자리를 물려주면 죽음 앞에서 ‘다음은 내 차례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내리막길이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위축이 된다. 겨우 인생을 알 것 같은데 다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는, 그래서 50대는 참 어려운 나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인생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것을 권한다. 인생을 25년 단위로 끊어서 삶의 시기를 바라보는 ‘인생 3막론’이다.
“젊어서 25세까지는 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기’입니다. 직업을 찾기 위해 공부하고 때로는 시험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합니다. 50세까지는 ‘인생의 전반기’입니다. 저도 그랬지만 아마 대부분 이 시기에는 ‘돈’이며 ‘출세’ 같은데 욕심을 부리곤 합니다. 그리고 50세부터 75세까지는 ‘인생의 후반기’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이나 ‘명예’가 결국엔 부질없다는 것도 알게 되고, 아무리 출세를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니 이 시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김 변호사 역시 자신의 인생사를 ‘인생 3막’에 맞춰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저에게 준비기는 중학교 입학시험부터 대입시험, 사법고시, 행정고시까지 온통 시험과 스트레스였습니다. 전반기에는 검사로서 범죄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게 제 일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보니까 저야말로 검사라는 제 직업에 묶여 25년을 갇혀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검사로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어마어마한 권력 앞에서 좌절한 일도 많습니다. 개인적인 저의 욕망이나 즐기고 싶은 많은 일들은 검사이기 때문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래서인지 인생 후반기는 정말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고 말한다.
“이렇게 인생을 25년 단위로 나눠놓고 보니 50세를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준비기를 제외하고 전반기와 후반기로 인생을 본다면 50세는 그야말로 한 가운데, 가장 정점 아닙니까. 저는 ‘위축되지 말자. 전혀 다른 인생으로 새롭게 살아보자’는 데서부터 인생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선 스스로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야?” 그러나 대답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절제하며 살았기에 꿈을 다시 찾는 일은 막연하기만 했다.
“그래도 자꾸 스스로를 설득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말문이 터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쏟아지더군요. 다 적어놓고 보니 20여가지가 됐습니다. 백화점식으로 이걸 다 해볼까, 아니면 선택과 집중을 할까. 이것도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답이 ‘지금까지 참고 살았으니 까짓 거 다 해보면서 살지’라고 나오더군요. 그래서 1년에 한가지씩, 일년을 어느 한사람의 일생처럼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살아보기로 했죠.”
1년을 일생처럼, 순간을 즐기며
50대를 맞이한 지 올해로 4년째. 그는 “올해는 ‘몸짱이 되는 게 목표”라며 근육이 탄탄한 자신의 팔에 힘을 주어 보인다.
“원래 몸짱은 처음에 다짐했던 20여가지 계획 중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자꾸 배가 나오고 몸매가 변해가니까 올해 몸짱 프로젝트를 끼워 넣었죠. 몸매가 좋아지는 게 보이면 운동하는 데도 신이 나요. 생활하는 데도 훨씬 더 활기차지는 것 같고.”
그의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첫해 미술 공부를 시작으로 1년에 한 가지씩 시와 음악을 차례로 공부했다. 내년에는 책의 개정판을 내는 게 목표다. 50대를 5년 동안 보내면서 느낀 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기 위함이다.
“미술을 공부하면서 고갱과 고흐, 모네를 너무 좋아하게 됐습니다. 요즘엔 유럽 여행을 가더라도 이들이 유명한 그림을 그렸던 장소를 찾아다닙니다. 미술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즐거움이죠. 음악 공부를 하면서는 계절마다 듣고 싶은 음악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애초에 다짐은 1년에 한 가지씩 즐기자는 것이었지만 그 기쁨은 1년의 기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보자면 그는 해마다 하나씩 즐거움과 행복을 늘려가는 셈이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일든 ‘지르고’ 봅니다. 미술 공부를 할 땐 미술사 책 50권을 책장에 사다 놓고 하나씩 읽어간다든지 하는 식이죠. 물론 길을 모를 때도 있습니다. 그땐 주변 사람에겐 열심히 물어보고 다닙니다. 음악 공부를 할 때가 그랬습니다. 주변 사람 한 분이 의사이면서 클래식 애호가인 박종호 씨가 쓴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를 권해주더라고요. 그 책에 나온 곡을 들으면서부터 음악을 진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꾸밈없이 행복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기자가 물었다. “스스로 인생 후반기를 보내면서 만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쯤 될까요?”
그러자 그가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로 시 한편을 또박또박 외워 읊는다.
“나 찾다가 / 텃밭에 / 흙 묻는 호미만 있거든 / 예쁜 여자랑 손잡고 / 섬진강 봄물을 따라 / 매화꽃 버러 간 줄 알그라”
김용택 시인의 시 ‘봄날’이다.
“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시에요. 얼마나 좋습니까. 제가 시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똥찬 즐거움을 모르고 죽을 뻔 했다는 거잖아요. 사실 제가 지금부터 음악이나 미술을 공부한다고 그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루고자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즐길 수 있다는 것, 지금 이렇게 시를 읊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이 행복은 점수로 매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거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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