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는 옛말...상가-오피스도 쪼갠다

2010. 4. 13. 19:13건축 정보 자료실

토지는 옛말...상가-오피스도 쪼갠다

2010-04-13 09:04

#경기도 부천역세권에 오피스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깊은 시름에 빠져 지냈다. 14층짜리 건물이 준공된 지 5년 가까이 됐지만 1층 슈퍼와 사무실 몇개 층을 제외하곤 임차인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실을 해결할 방법을 찾던 A씨는 올초 한 시행업체와 손잡고 원룸텔 사업을 하기로 했다. 약 990㎡ 면적의 꼭대기층 전부를 쪼개 이를 원룸으로 분양키로 한 것. A씨는 지난 2월 부천시청으로부터 총 48개로 분할 허가를 받아 약 19.8㎡ 크기의 원룸으로 쪼갰다. 원룸 한 실당 분양가는 6000만~6500만원 수준으로 분양 두달 째인 지금 20건 정도 계약이 성사됐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B씨는 회사 퇴직 후 임대사업자로 변신했다. B씨는 지난해 9월 용인 대학가 인근 공실 상가 7층 전체를 분양가 10억보다 4억이나 낮은 6억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B씨는 상가를 개조해 원룸텔 50실을 만들었다. 이중 공사비 4억원은 대출받았다. 현재 공실률이 10%지만 이 건물에서는 월 1575만원(1실당 월세 35만원)의 임대수입이 발생하고 있다. 대출이자와 운영비 450만원을 빼더라도 B씨는 매달 1125만원(수익률 연 22.5%)을 챙기고 있다. B씨는 최근 임대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최근 유행하는 원룸텔 분양에 나설 생각도 하고 있다.

토지 분양에서 흔히 나타나던 쪼개기 사례가 상가, 오피스 등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며 이른바 ‘쪼개기 열풍’이 일고 있다. 과거 한 개인이 건물을 신축한 뒤, 여러채로 나눠 파는 전통적인 ‘쪼개기 분양’은 최근 공실이 심한 건물을 중심으로 한 층을 통으로 쪼개 분양 사업에 나서는 사례로 변모하고 있다.

전철역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주변에 대학교 등 임대수요가 많아 수익성이 담보되는 곳은 비단 상가 뿐만 아니라 오피스까지도 쪼개 파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원룸텔과 오피스룸 등이 그 주인공이다.

사업 주체도 과거 한 개인이 주도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분양대행업체가 달려들면서 ‘기업형 쪼개기’로 진화했다.

기존에는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낡은 주택을 헐고 신축ㆍ개조해 10~15개 정도로 쪼개 고시텔을 운영해왔다. 주택 소유자는 이를 직접 운영하거나 통으로 매각해 수익을 챙기곤 했었지만, 현재는 전문화된 시행업자가 개입해 기분양된 시설 중 공실로 남아있는 공간을 재차 쪼갠다는 점에서 다르다.

실제 부천역 일대 10층 높이 근린상가에서는 현재 7층 한 층이 쪼개져 원룸텔로 분양 중이다. 전체 면적은 1990㎡로 이를 26.4~29.7㎡ 크기의 86실로 나눠 각 실당 5000만원 초반에서 6000만원까지 받고 있다. 애초 상가건물로 지어졌기 때문에 나머지 층은 모두 상가로 운영되고 7층만 주거로 이용된다.

성내역 주변 한 재건축 예정 단지내상가에서는 지하 1층 분식집, 이용실을 두고 슈퍼만 따로 떼어내 660㎡크기의 자리를 50여개 지분으로 분할해 분양 중이다. 수분양자는 슈퍼 운영에 따른 매달 5% 이상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향후 재건축으로 점포 분양권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분양업체는 설명한다.

이처럼 부동산 불황기 속에 유독 쪼개기가 성행하는 까닭은 면적이 초소형인 까닭에 실투자금이 1억 미만으로 적어 투자자 유치가 용이하기 때문. 1~2인가구임대수요가 풍부하고, 기존 오피스텔 등에 비해 보증금과 관리비도 적게 들기 때문에 임차인을 끌어 모으기도 쉽다.

실제 부천역 주변에서 분양하는 원룸은 관리비가 매달 4만~5만원 수준으로 주변 오피스텔이 12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또 인근 오피스텔은 보증금이 1000만원이라면 신종 오피스룸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쪼개기 상품 가운데 오피스나 상가를 주거용으로 개조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정순식ㆍ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