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1. 08:51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총장빵 먹고 중간고사 잘 볼게요”
아주대 5년째 야식용 빵 나눠줘
영남대는 아침 샌드위치 돌려
경향신문 | 수원 | 경태영·경산 | 최슬기 기자 | 입력 2010.04.20 17:53 | 수정 2010.04.21 00:37
" '총장빵', '총장샌드위치'를 아시나요?"
대학 총장들이 중간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 샌드위치를 나눠준다. 그러니 면학 분위기가 절로 조성될 수밖에 없다.
중간고사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밤 9시. 아주대 도서관 앞에서 진풍경이 연출됐다. 도서관을 꽉 채운 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줄을 서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100m가 넘는 줄이 박종구 총장직무대행 앞으로 섰다. 시험 때마다 맛볼 수 있는 총장빵을 받기 위해서였다.
박종구 아주대 총장대행이 지난 19일 오후 9시 도서관 앞에서 2500명의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줬다.
이날 박종구 총장대행이 준비한 빵과 우유는 모두 2500여명치. 그러나 총장빵은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동났다. 아주대 학부생이 8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25%가 넘는 학생들이 총장빵을 받은 셈이다.
우혜림씨(22·인문학부 4년)는 "시험 때가 되면 우리 학교 전통인 총장빵이 은근히 기다려진다"면서 "졸업을 앞두고 총장빵을 먹었으니 아마 이번 시험도 잘 치르고, 취업에도 성공할 것"이라며 웃었다. 아주대 '총장빵'이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다.
시험 때마다 학생들이 밤을 새워 공부하느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을 지켜본 한 교직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아주대만의 독특한 문화 형성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야식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5년째 매 학기 시험기간마다 총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야식용 빵과 우유를 나눠주었다. 이 야식은 '총장빵'이라는 은어와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박 총장대행은 "올해도 밤 늦게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빵과 우유를 나눠줬다"면서 "총장빵을 먹은 학생들이 중간시험도 잘 치러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0일에는 이효수 영남대 총장이 도서관 로비에서 학생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눠주고 있다.
아주대가 '야식'이라면 영남대는 '아침식사'다. 영남대 이효수 총장은 20일 아침 교내 중앙도서관 지하 1층 로비에서 학생들에게 샌드위치를 돌렸다.
이 총장은 오전 7시30분부터 교수와 총학생회 간부 등 20여명과 함께 40여분 동안 2200개의 샌드위치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격려했다. 이 총장은 총학생회가 10년째 시험기간이 시작되는 첫날과 둘째날 아침에 중앙도서관에서 김밥, 샌드위치 등을 나눠주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이날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식사 배달'에 나섰다.
국사학과 3학년 이상철씨(24)는 "제자를 생각하는 스승의 마음이 담겼다고 생각하니 샌드위치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며 좋아했다.
이 총장은 "아침밥 챙겨 먹이는 부모의 심정으로 앞으로 시험기간마다 샌드위치를 나눠줄 생각"이라면서 "학생들이 샌드위치를 먹고 모두 '시험 대박' 나길 바란다"며 웃었다.
< 수원 | 경태영·경산 | 최슬기 기자 kye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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