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美·英은행보다 더 탐욕스럽나

2011. 10. 18. 18:22이슈 뉴스스크랩

국내은행 美·英은행보다 더 탐욕스럽나
韓 수수료 높고 예대마진 폭리
경영진 연봉은 美·英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사입력 2011.10.18 17:24:05

금융권의 탐욕이 전 세계적인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은행들이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와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국내 은행들의 경우 엄청난 보너스를 챙기며 탐욕스럽다고 비판받는 월가 금융사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ㆍ유럽 은행들과 수익구조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수수료는 국내 은행들이 다소 높은 편이고, 경영진 연봉은 미국 쪽이 앞도적으로 높다. 대출이자와 예금이자 차이, 다시 말해 예대마진은 국내 은행들이 훨씬 높다. 월가 은행들은 투자업무까지 병행해 인수ㆍ합병(M&A) 및 채권 발행 수수료 등이 많아 높은 예대마진을 챙기지 않고 있다.

먼저 은행 수수료의 경우 미국 씨티은행은 자행간 송금은 송금 방식과 상관 없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도 자행간 송금은 창구를 이용하든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든 언제나 무료다.

반면 한국 은행들은 자행간 송금에도 수수료를 받는다.

국민은행 창구에서는 송금액이 10만원을 초과하면 1000~15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자동화 기기를 이용한 자행간 송금일 때도 영업시간이 지나면 300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우리은행도 자행간 창구 송금 시 10만원 이하면 500원, 100만원 이하면 1000원, 100만원 초과면 15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우리은행은 자동화 기기를 이용한 자행간 송금 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신한ㆍ하나 등 다른 은행들의 자행간 송금 수수료도 국민ㆍ우리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행의 자동화 기기를 이용한 인출 수수료도 국내 은행이 외국 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국민은행은 영업시간에는 수수료를 면제하지만 영업시간이 지나면 5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우리은행도 영업시간이 지나면 인출 시점에 따라 600~1000원의 수수료를 떼어간다.

반면 씨티은행은 자행 자동화 기기로 현금을 인출할 때에는 영업시간이 지난 뒤에도 수수료가 없다. 바클레이스은행도 매한가지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타행 송금 때는 국내 은행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다며 수수료가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씨티은행과 바클레이스은행은 영업점 창구에서 당일 타행으로 송금하려면 각각 25달러(2만8000원), 25파운드(4만5000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타행 송금은 3일 정도 걸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당일에 타행 송금을 끝내려는 고객은 드물다. 따라서 타행 송금을 위해 25달러의 수수료를 내는 개인 고객은 거의 없다.

국내 은행은 외국 은행들보다 훨씬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18개 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인 9조9000억원을 벌어들였지만, 수익의 80% 이상이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이는 예대마진 수익이었다.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를 올려서 그 차익을 은행이 고스란히 따먹고 있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미국 대형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이자수익 비중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58.2%, 씨티는 58.4%, JP모건체이스는 45.7%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이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내 18개 은행의 올해 2분기 이자수익 비중은 67.5%로 현대건설 매각 차익을 제외하면 86.5%까지 치솟는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예대마진 등을 통해 손쉽게 벌어들일 수 있는 이자수익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예대마진이 가장 높은 은행은 한국씨티은행(4.07%)이었으며 외환은행, 우리은행, 지방 은행들도 3%대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마진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로 국내 은행들의 평균치도 2008년 2.61%에서 2010년 2.85%까지 올라가는 등 계속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예대마진이 0.1%포인트 오르면 국내 은행들의 이익이 1조2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김인수 기자 / 손일선 기자]